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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월 3일자
라제시 찬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핵심 고객 재정의가 혁신의 기본”
입력 : 2016.01.31 11:20
라제시 찬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핵심 고객 재정의가 혁신의 기본”
라제시 찬디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한때 세계 1위 사진 필름 회사였던 코닥은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물결 속에 무너졌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연 회사가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망했다. 여기까지는 많이 알려진 얘기다.라제시 찬디(Chandy·47)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흔히 코닥이 디지털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정상에서 추락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코닥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회사의 핵심 고객을 잘못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코닥이 생각한 주 고객은 디지털 사진을 찍을 개인이 아니라,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사진 현상소였습니다. 현상소들은 코닥이 디지털과 관련된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큰돈 들여 기계를 샀는데 누구 사업 말아먹게 할 일 있냐’며 반발했습니다. 코닥은 주력해야 하는 고객군이 달라졌다는 것을 빨리 깨닫고 개인용 디지털 카메라를 팔아야 했습니다. 핵심 고객을 재(再)정의하지 않고 기존 시장에 안주한 게 코닥의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찬디 교수는 2013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Thinkers 50)’에 이름을 올린 경영 이론가다. 기업 혁신, 마케팅, 기업가 정신 등을 주로 연구했으며, 3M, 마이크로소프트, 필립스, 도이체텔레콤 등 글로벌 기업에서 혁신 전략에 대해 강의해왔다. 2006~2008년에는 미국 상무부 산하 혁신평가자문위원회에서 미국 경제의 혁신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을 맡았다.찬디 교수는 “내 고객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혁신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회사가 집중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핵심 고객을 끊임없이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런던비즈니스스쿨 연구실에서 찬디 교수를 만났다.
토픽 이미지
-핵심 고객 재정의가 혁신의 기본은행이 돈 안되는 대상으로 볼때엠페사는 빈곤층도 거대한 소비층으로 정의해 성공코닥이 망한 것은개인을 핵심 고객으로 못 보고사진 현상소만 바라본 게 실수
―핵심 고객을 재정의하는 것을 혁신의 중점으로 보셨습니다.”한국에서 저에게 돈을 보낸다고 합시다. 보통 어떻게 하나요? 우선 은행을 통해야 할 겁니다. 인터넷 뱅킹이든 모바일 뱅킹이든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죠. 아프리카 케냐에는 ‘엠페사(M-Pesa)’라는 모바일 머니 서비스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로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입니다. 은행 계좌는 필요 없습니다.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간단히 상대방에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2007년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 케냐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엠페사를 쓰고 있죠. 보통 인터넷 송금 서비스는 은행을 고객으로 생각해 이들과 제휴하려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엠페사를 출시한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과 영국 보다폰은 엠페사의 고객을 케냐 국민 전체로 정의했습니다. 사실상 대다수 케냐 국민이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케냐인들은 돈을 집 안에 보관하고 다른 지역에 송금할 때는 버스 운전사에게 부탁하곤 했습니다. 사파리콤과 보다폰은 기본적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었던 케냐 국민의 절실함을 꿰뚫어봤습니다. 당시 케냐의 은행은 이들을 ‘금융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돈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로만 봤죠.”―그렇다면 빈곤층이 주 고객이란 얘긴데 수익은 나나요?”빈곤 국가라고 해서 기부나 원조 대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빈곤층에 속한 개인은 가난한 사람들이지만, 전체로 보면 거대한 소비자층이 됩니다. 엠페사 서비스는 2009년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작년엔 매출을 약 3800억원 올렸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엠페사는 은행이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던 빈곤층을 주력 고객으로 재정의해 혁신에 성공한 것이군요.”그렇습니다. 혁신(innovation)은 발명(invention)과 다릅니다. 발명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것이고 혁신은 새 아이디어를 소비자의 생활 깊숙이 침투시키는 것입니다.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새로운 것, 새로운 방식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동시에 상업화까지 이뤄져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파리콤과 보다폰은 모바일 송금이란 새 아이디어와 기술을 활용해 은행을 대상으로 돈을 벌려 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던 사람 모두를 고객으로 삼았습니다.”―고객을 재정의하려면 고객이 바뀌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찾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경영자가 새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 소비자와 산업의 빠른 변화 속도에 뒤처지면 안 됩니다. 경영자 스스로가 모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어느 곳을 보고,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받을지를 알면 됩니다. 인내심도 있어야 합니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는 개발·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4D 카메라를 개발했더라도 소비자가 당장 원하지 않고 기꺼이 돈을 내려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죠. 투자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도 진전이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는 계속 일어납니다. 혁신은 흥분, 공포 등이 모두 나타나는 긴 과정입니다. 시장이 준비될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기존 사업이 잘될수록 고객이 재정의되는 변화에 무뎌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그런 우(愚)를 범하지 않으려면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합니다. 회사가 잘나갈수록 오만함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데 신경 쓰기보다는 늘 그다음을 생각해야 하죠. 지금 잘 팔리는 제품보다는 앞으로 어떤 걸 팔아야 할지를 얘기하는 겁니다. 미래 소비자는 어떨지, 지금과 어떻게 다를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애플의 음악 파일 플레이어 ‘아이팟’은 출시 후 바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습니다. 시장을 평정하는 데 몇 년이 걸렸죠. 아이팟은 한때 애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누가 퇴출시켰을까요? 바로 애플 스스로입니다. 애플은 기존 제품 잠식을 마다하지 않고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키웠습니다. 아이팟의 목적인 음악 듣기 기능은 아이폰에 흡수됐습니다. 아이폰 고객은 아이팟 시장의 고객보다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어도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이제 케냐에서는 엠페사 모바일 머니 서비스를 이용해 휴대전화로 돈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 블룸버그
-지키기보다 미래를 생각하라’아이팟’ 퇴출시킨 건 애플 자신잘 나가던 상품 대신아이폰으로 광범위한 고객 잡아1980년대 컴퓨터 제조사 DEC는”집에서 누가 컴퓨터 쓰겠나”개인 고객 공략 실패
―핵심 고객 재정의에 성공한 회사보다는 실패한 회사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리더 역할이 중요합니다.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고 혁신을 묵살해 회사의 미래를 망친 경영자가 다수입니다. 1980년대 DEC(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는 컴퓨터 제조업체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 후 사세가 기울어 1998년 컴팩에 팔렸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당시 컴퓨터 산업은 개인용 컴퓨터(PC)로 시장 중심이 빠르게 옮아가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공략해야 할 핵심 고객도 바뀌고 있었다는 뜻이죠. 그러나 켄 올슨 DEC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집에서 컴퓨터를 쓰고 싶어 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죠.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PC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찬디 교수는 동료 학자들과 함께 회사의 혁신에 CEO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성공적 변신을 이끄는 CEO와 그러지 못하는 CEO는 뭐가 다를까? 그는 “평소에 얼마나 미래를 생각하는지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다.”CEO는 회사 방향을 정하고 이끌어가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흔히 CEO가 앞날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낼 거란 인식이 있죠. 그러나 연구 결과 실제로 CEO가 장기 전략에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은 아주 적었습니다. 임원들에게 CEO가 미래 고객과 경쟁자, 유망 기술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만 물어봐도 CEO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날을 생각하는 CEO의 말에서는 ‘미래, 예상, ~하겠다’ 같은 미래형 단어가 자주 들립니다. CEO가 과거 어떤 부서에서 근무했는지도 미래를 생각하는 정도에 영향을 줬습니다. 회계 등 지나간 일을 더 들여다보는 부서보다는 마케팅이나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CEO가 앞일을 계획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평소에 미래를 생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를 확인해보세요. 생각보다 적을 겁니다. 매일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있더라도 늘 미래를 생각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무시하고 결국 회사를 몰락의 길로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라도 생각할 시간을 만드세요.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영할 당시 1년에 두 번 ‘생각하는 주’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숲 속 오두막에 틀어박혀 회사의 미래 전략을 구상했죠.”―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 족하지는 않을 텐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까요.”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간파하고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게 될 것을 눈앞에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고급차 소비자 중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테슬라는 서비스 센터 바닥을 과감하게 흰색으로 꾸몄습니다. 전기차는 바닥에 기름이나 이물질이 새는 일이 없다는 걸 은연중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존 딜러망도 없앴습니다. 테슬라의 ‘모델 S’ 전기차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후 제작됩니다. 테슬라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온라인 검색부터 해보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직접 차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쇼핑몰에 임시 전시장을 설치하죠. 이곳 직원은 테슬라 전문가이긴 해도 차를 팔지는 못합니다. 이전과 다른 생태계를 창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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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내일은 어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시평] 내일은 어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중앙시평] 내일은 어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 허태균 | 입력 2016.01.18. 01:10 | 수정 2016.01.18. 07:28
1월 중순쯤이면 모두들 2016년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이미 세웠을 것이다. 책을 몇 권 읽겠다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목표, 매출을 높이거나 물가를 잡겠다는 심각하고 거시적 과제들까지. 그런데 흔히 이런 계획들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또는 지난해의 실패나 문제를 고치기 위해 세워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책을 7권밖에 못 읽었는데 올해는 꼭…’ ‘지난해 매출 대비 얼마’ ‘지난해에는 부동산 문제가 있었으니 올해는…’ 등의 생각에서 그 계획들이 나온다. 이런 사고는 그 계획들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당면한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그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이 자동적으로 부여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사고는 우리를 결국 초점주의(focalism)에 빠지게 만들고, 드러난 몇 가지 과거의 문제에 우리의 미래를 종속되게 만드는 것이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런 초점주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15년 말 한국의 대학교육을 완전히 혼란의 정점으로 끌고 간 시간강사법이다. 결국(다행히도?) 또다시 유예되기는 했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간강사법은 그 이전부터 문제가 되어 온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등의 이슈가 한 시간강사의 자살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화되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런 비극적 사건 직후에 만들어져 오히려 철저히 초점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한 해에 한두 과목 강의만 하면서 최저생계비에 턱도 없는 수입으로 살아야 하고, 한 학기 단위로 강의가 결정되어 삶이 불안하고, 학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정한 공개채용 방식, 한 학기 9시간 이상, 1년 단위 계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시간강사법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어찌 보면 과거의 문제들을 꼭꼭 집어서 해결하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인기 있는 전공들을 제외하고는 개설과목에 비해 시간강사를 하고 싶어 하는 고학력 실업자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는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본질을 완전히 무시했다. 현재 많은 경우 소수의 과목을 제자나 주변의 강사들에게 나누어, 심지어 학기별로 돌아가면서 주고 있다. 그 한 과목이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누구 한 명에게 몰아서 주기엔 오히려 주변에 너무 딱한 강사가 많다.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구조조정이라는 꼼수를 안 부리고 지금 강사들이 맡는 과목을 그대로 유지해도, 단순히 산술적으로 1년에 3학점짜리 한 과목을 나누어 강의하던 6명의 강사 중 한 명이 그 6개 강의를 독식하게 된다. 그럼 나머지 5명은 어떻게 될까? 소수에게 몰아주고 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은 더 열악한 상황에 빠지는 모순은 어쩔 건가. 아마 이 법이 시행되고 나면 시간강사의 처우가 개선된 듯한 착시 자료도 만들어질 것이다. 시간강사를 하는 소수만을 대상으로 한 자료가 될 테니.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시간강사마저 공개채용 방식으로 만들면 국내 대학 출신 석·박사들은 어떻게 될까? 한국 대학교육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스스로 배출해낸 석·박사 출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영어강의 능력, 해외활동과 논문 실적을 강화하면서 국내 석·박사들이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국내 석·박사들은 전임교원이 되기도 힘들고, 상대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시간강사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시간강사 자리도 전임교원과 같은 매력적인 자리로 만들어 놓고 전임교원 채용과 같은 절차로 해외 석·박사 출신들과 경쟁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학과 학과의 평가에 그 시간강사들의 업적도 포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이런 법안이나 정책들은 결코 사태를 더 악화시키려고 일부러 만들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딱 그 문제만 보고 만들었다. 이게 바로 초점주의다. 수많은 관련된 사항을 다 무시하고, 한두 정보에만 집중해 사고하고 판단하는 비극적 현상이다. 강사 문제를 포함한 한국의 대학교육을 궁극적으로 어떻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정책과 법안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simulation)해 보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기 위해 과거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거는 미래에 대한 고민의 시작일 뿐이다. 원하는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 그 모습을 달성하기 위한 하루, 한 달, 한 해를 살다 보면 과거의 문제가 해결되어 있는 것이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꼭 미래가 밝아지지 않는다. 새해의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자. 혹시 어제를 위해 내일을 살겠다고 하고 있지 않은지.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직원 A B C 등급 무의미, MS 델 등 기업 30곳 고과 폐지-고요한 리더십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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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15년 표준어 추가 결과> |
ㅇ 복수 표준어: 현재 표준어와 같은 뜻을 가진 표준어로 인정한 것(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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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표준어 |
현재 표준어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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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
마을 |
ㅇ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의 의미에 한하여 표준어로 인정함.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의 의미로 쓰인 ‘마실’은 비표준어임. ㅇ ‘마실꾼, 마실방, 마실돌이, 밤마실’도 표준어로 인정함. (예문) 나는 아들의 방문을 열고 이모네 마실 갔다 오마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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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다 |
예쁘다 |
ㅇ ‘이쁘장스럽다, 이쁘장스레, 이쁘장하다, 이쁘디이쁘다’도 표준어로 인정함. (예문) 어이구, 내 새끼 이쁘기도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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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지다 |
차지다 |
ㅇ 사전에서 <‘차지다’의 원말>로 풀이함. (예문) 화단의 찰진 흙에 하얀 꽃잎이 화사하게 떨어져 날리곤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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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다 |
-고 싶다 |
ㅇ 사전에서 <‘-고 싶다’가 줄어든 말>로 풀이함. (예문) 그 아이는 엄마가 보고파 앙앙 울었다. |
ㅇ 별도 표준어: 현재 표준어와 뜻이 다른 표준어로 인정한 것(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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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표준어 |
현재 표준어 |
뜻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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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연 |
가오리연 |
ㅇ 꼬리연: 긴 꼬리를 단 연. ※ 가오리연: 가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꼬리를 길게 단 연. 띄우면 오르면서 머리가 아래위로 흔들린다. (예문)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하늘을 수놓았던 대형 꼬리연도 비상을 꿈꾸듯 끊임없이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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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론 |
의논 |
ㅇ 의론(議論): 어떤 사안에 대하여 각자의 의견을 제기함. 또는 그런 의견. ※ 의논(議論):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음. ㅇ ‘의론되다, 의론하다’도 표준어로 인정함. (예문) 이러니저러니 의론이 분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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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
이키 |
ㅇ 이크: 당황하거나 놀랐을 때 내는 소리. ‘이키’보다 큰 느낌을 준다. ※ 이키: 당황하거나 놀랐을 때 내는 소리. ‘이끼’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예문) 이크, 이거 큰일 났구나 싶어 허겁지겁 뛰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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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 |
잎사귀 |
ㅇ 잎새: 나무의 잎사귀. 주로 문학적 표현에 쓰인다. ※ 잎사귀: 낱낱의 잎. 주로 넓적한 잎을 이른다. (예문) 잎새가 몇 개 남지 않은 나무들이 창문 위로 뻗어올라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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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르다 |
푸르다 |
ㅇ 푸르르다: ‘푸르다’를 강조할 때 이르는 말. ※ 푸르다: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 ㅇ ‘푸르르다’는 ‘으불규칙용언’으로 분류함. (예문) 겨우내 찌푸리고 있던 잿빛 하늘이 푸르르게 맑아 오고 어디선지도 모르게 흙냄새가 뭉클하니 풍겨 오는 듯한 순간 벌써 봄이 온 것을 느낀다. |
ㅇ 복수 표준형: 현재 표준적인 활용형과 용법이 같은 활용형으로 인정한 것(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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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표준형 |
현재 표준형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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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 말아라 말아요 |
마 마라 마요 |
ㅇ ‘말다’에 명령형어미 ‘-아’, ‘-아라’, ‘-아요’ 등이 결합할 때는 어간 끝의 ‘ㄹ’이 탈락하기도 하고 탈락하지 않기도 함. (예문) 내가 하는 말 농담으로 듣지 마/말아. 얘야, 아무리 바빠도 제사는 잊지 마라/말아라. 아유, 말도 마요/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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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 … |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 … |
ㅇ ㅎ불규칙용언이 어미 ‘-네’와 결합할 때는 어간 끝의 ‘ㅎ’이 탈락하기도 하고 탈락하지 않기도 함. ㅇ ‘그렇다, 노랗다, 동그랗다, 뿌옇다, 어떻다, 조그맣다, 커다랗다’ 등등 모든 ㅎ불규칙용언의 활용형에 적용됨. (예문) 생각보다 훨씬 노랗네/노라네. 이 빵은 동그랗네/동그라네. 건물이 아주 조그맣네/조그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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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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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014년, 2015년 추가 표준어 목록 |
* 괄호 안은 기존 표준어
□ 2011년 추가 표준어 목록(39항목)
ㅇ 복수 표준어(11항목): 간지럽히다(간질이다), 남사스럽다(남우세스럽다), 등물(목물), 맨날(만날), 묫자리(묏자리), 복숭아뼈(복사뼈), 세간살이(세간), 쌉싸름하다(쌉싸래하다), 짜장면(자장면), 택견(태껸), 토란대(고운대), 품새(품세),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흙담(토담)
ㅇ 별도 표준어(25항목): -길래(-기에), 개발새발(괴발개발), 나래(날개), 내음(냄새), 눈꼬리(눈초리), 떨구다(떨어뜨리다), 뜨락(뜰), 먹거리(먹을거리), 메꾸다(메우다), 손주(손자), 어리숙하다(어수룩하다), 연신(연방), 휭하니(힁허케), 걸리적거리다(거치적거리다), 끄적거리다(끼적거리다), 두리뭉실하다(두루뭉술하다), 맨숭맨숭/맹숭맹숭(맨송맨송), 바둥바둥(바동바동), 새초롬하다(새치름하다), 아웅다웅(아옹다옹), 야멸차다(야멸치다), 오손도손(오순도순), 찌뿌둥하다(찌뿌듯하다), 추근거리다(치근거리다)
□ 2014년 추가 표준어 목록(13항목)
ㅇ 복수 표준어(5항목): 구안와사(구안괘사), 굽신(굽실), 눈두덩이(눈두덩), 삐지다(삐치다), 초장초(작장초)
ㅇ 별도 표준어(8항목): 개기다(개개다), 꼬시다(꾀다), 놀잇감(장난감), 딴지(딴죽), 사그라들다(사그라지다), 섬찟(섬뜩), 속앓이(속병), 허접하다(허접스럽다)
□ 2015년 추가 표준어 목록(11항목)
ㅇ 복수 표준어(4항목): 마실(마을), 이쁘다(예쁘다), 찰지다(차지다), -고프다(-고 싶다)
* ‘마실’은 ‘이웃에 놀러 다는 일’이라는 뜻에 한정하여 표준어 인정
ㅇ 별도 표준어(5항목): 꼬리연(가오리연), 의론(의논), 이크(이키), 잎새(잎사귀), 푸르르다(푸르다)
ㅇ 복수 표준형(2항목): 말아/말아라/말아요(마/마라/마요), 노랗네/동그랗네/뿌옇네/??????(노라네/동그라네/뿌여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IQ가 다는 아니다 …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똑똑하다
[중앙일보]입력 2015.10.17 01:18수정 2015.10.18 00:27 | 종합 16면 지면보기
하워드 가드너 미 하버드대 교수는 신간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아울러 지능·문화·배움의 상관관계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Stephanie Mitchell/Harvard University
하워드 가드너(72)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그가 『다중지능: 인간 지능의 새로운 이해』에서 제시한 이 이론은 당시까지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IQ(지능지수) 테스트에 문제를 제기하며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인간의 잠재능력을 탐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인문학 속으로] ‘다중지능 이론’ 창시자,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다중지능 이론을 포함해 교육심리학자로서 그의 관심은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이를 이뤄 갈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원제 The Disciplined Mind·사회평론)는 이런 그의 교육철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잘 훈육됐으며 비판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새로운 발견과 대안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갖춘 사람,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사람”(31쪽)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가드너 교수를 e메일로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교육심리학자인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부터 질문 구성과 답변 해석 등에 자문을 받았다. 가드너 교수는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며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한국 학생들의 태도는 자기 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Rose Lincoln / Harvard University
-당신은 일반인들에게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를 비롯한 주요 저작을 살펴보면 보다 폭넓은 의미로 ‘마음(Mind)의 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신의 전체적인 이론 중 다중지능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다중지능 이론을 개발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오늘에도 전 세계에서 다중지능 이론을 문의하는 e메일이 날아온다. 다중지능 이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다양한 연구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나는 인간의 존재를 질적으로, 윤리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더 굿(the good)’에 대해 연구해 왔다. 예를 들면 누가 선한 근로자일까, 선한 시민(성)이란 무엇일까 등이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에는 ‘다중지능’이 오용된 것도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오용의 사례가 있다고 본다. 다중지능이 ‘선한 방향(good way)’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는 이 이론을 발표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연구하는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며,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마음의 작용은 무엇인가. “나는 인간의 마음을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정신 활동은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뇌를 훌쩍 뛰어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기술 영역, 함께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적 영역,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영역까지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지능, 창조성, 리더십, 윤리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은 어떻게 경험으로부터 의미를 학습하는가와 같은 ‘고급’ 인지까지, 인간 인지의 복잡하고 다양한 면들이 나의 관심 분야다.” -당신의 책은 창조적 능력을 지닌 많은 위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나라와 기업이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 창의력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조적인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오늘날의 창조성은 백년 전, 천년 전, 만년 전의 창조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먼저 우리는 기술, 특별히 디지털 기술로부터 이미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둘째로 우리는 자신과 친밀한 사이든, 낯선 사람이든 혼자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를 더 선호한다. 어두컴컴한 다락방이나 동굴에서 홀로 작업하거나 연구하는 창조적 개인의 이미지는 오늘날의 창조성에는 적절하지 않다.” -이번에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학문적 사고체계를 익히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기존의 지식체계를 익히는 것은 창의성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의 책 『미래 마인드(Five Minds for the Future)』에 이와 관련된 설명이 있다. 창조적이 된다는 것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우선은 그 틀이 있어야 한다. 인생에서 의미 있는 기간을 통해 습득하고 학습한 훈련된 지식이 그 틀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과도하게 시간을 쏟는다면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무엇을 배워왔고 어떻게 배웠는지를 알아야 참신하고 독창적(혁신적)이며, 유용하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한국 교육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학생들은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문제풀이에 능하다. 하지만 규격화되고 획일화된 시험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더 뛰어나고 재주가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이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한국은 학업의 성취와 성과 면에서 돋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을 자주 엄하게 대하는데, 아마 그들이 어렸을 때 이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상 한국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런 태도는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 있지만 자기파괴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동아시아인들은 서양 사람에 비해 창조적이지 않다는 통설이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한국 출신의 창조적 예술가, 음악가, 과학자들이 한국과 해외에서 활발하게 창조적 능력을 펼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입시 문제와 함께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성교육진흥법이 실행되고 있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규정하고 훈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 등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상생활에서 어떤 행동이 적절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친구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교과서 정답을 듣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위에서 소개한 ‘더 굿 프로젝트’가 주목하는 점도 이 지점이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에서는 ‘툴 키트(Tool Kit)’를 개발해 왔다. 이 툴 키트는 학교폭력, 부정행위, 의미 없는 경쟁 등 다루기 어려운 상황과 딜레마와 씨름하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들은 약자를 괴롭히는가를 성찰해 보고,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에 무엇이 악하고 해로운 것인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학과가 폐지되는 ‘대학의 붕괴’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기초학문과 교육이 본질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것은 직업인으로서나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필수적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면담할 때가 있는데, 그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물으면 ‘취업’이라고 답한다. 그러면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과학, 예술, 철학, 역사와 같은 기초학문 교육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2015년 바로 오늘을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2020년 혹은 2050년의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또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기 위함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은 물론이고 필요로 하는 정보의 종류도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학교 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미래를 예측해 봐도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 청소년, 젊은이들에겐 동료를 사귀고 시민의 자질을 익히고, 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또 부모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그들을 돌볼 곳이 매우 필요하다. 미래의 교사들은 코치나 큐레이터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일은 검색 엔진 같은 기계가 대체할 것이다. 몇 년 전 ‘똑똑한’ 학생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가드너 교수님, 이제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데, 왜 학교가 존재해야 할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맞네요. 스마트폰으로 그렇고 그런 모든 질문에 대해 답할 수는 있겠네요.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나 인문학이 영원히 지속할 수 있으리라 본다.” -다중지능 이론이 발표된 지 30여 년이 됐다. 30년 후에 다중지능 이론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다중지능’이 유익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그들 자신만의 고유의 잠재력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부모와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다르게 보는 통로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능’이란 용어를 복수형으로 만들어 부모와 교사와 아이들이 한 가지 방식 이외의 더 다양한 방식으로 똑똑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든, 놀이든, 무엇이든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사람들과 조화롭게 최고의 방식으로 그 강점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다중지능’과 내 이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관심도 없고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로 희망하는 것은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똑똑할 수 있다’라는 것이 상식이 되고, 이 사회의 지혜가 되는 것이다.” “다중지능 개발” 사교육업체 교재에 혹하지 말라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지능이 언어·음악·논리수학·공간·신체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 등 독립된 능력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런 지능의 조합으로 개인의 다양한 재능이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인간의 잠재력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그는 자신의 이런 주장이 예기치 않은 여러 오해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론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가 엄격한 교육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교육적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평가’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 이론은 언어 및 논리수학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표준화된 전통적 시험을 비판하는 것이지 교육에서의 ‘기준’이나 ‘엄격함’, ‘기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다중지능 이론이 주장하는 교육은 “학생과 교사, 개인과 사회, 그리고 독자와 저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교육이다. 한국에서 그의 이론은 주로 사교육 업체들에 의해 이용돼 왔다. 그의 이론이 알려진 후 ‘다중지능을 개발시켜 준다’고 홍보하는 학원이나 영·유아용 교구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격화된 상품이었다.그는 지난해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이론이 왜곡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하며 “한국의 부모와 교사들은 사교육업체의 다중지능 이론 주장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2010 학교생활기록부기재길라잡이
유학시 학적 처리방법
[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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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내 지식 모두 나눠줘요 … 창업정신 키우죠
[중앙일보] 입력 2015.08.29 00:38 / 수정 2015.08.29 00:39
[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낮에는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 문과생 위주 500명 12주 교육
수강생들 미국 페북 본사 등에 취업
직접 앱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도
이두희 대표는 “기본적인 코딩 실력에 비즈니스 감각까지 더해진다면 누구라도 세상이 놀랄 만한 멋진 IT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마치 개발자처럼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수 있게끔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부터 ‘컴퓨터 박사’로 이름을 알린 이두희(33)씨가 그 주인공이다. 더군다나 수강료를 전혀 받지 않는 공짜 강의다. 낮에는 신생 기업(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합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강사로 활동하는 이씨를 27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만났다.
- 우선 이름이 독특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멋쟁이사자처럼’인가.
“생각나는 대로 지었다. (웃음) 석사 시절 창업한 게임 회사에서 2012년 말 쫓겨났다. 개발자들과 함께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거기 비밀번호조차 바꿔놨더라. 교대역에서 이틀, 강남역에서 하루 노숙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강 다리에도 올라갔다. 그렇게 2013년을 맞았는데 정말 할 일 하나 없는 백수(白手)가 됐다. 불현듯 ‘백수(百獸)의 왕은 사자가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단순히 ‘사자’만으로는 심심했다. 그래서 택한 게 ‘멋쟁이 사자’다.”
-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작은 실험이었다. 딱히 무슨 의도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고 집에서 보름 정도 놀다가 몸이 근질거리던 찰나였다. 처음엔 서울대생 30명을 대상으로 동아리실 하나를 빌려 코딩 강의를 했다. 그런데 컴퓨터 언어를 하나도 모르던 학생들이 석 달 만에 ‘총학생회 전자투표’ 앱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때부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코딩을 가르치면 어떤 놀라운 일이 발생할지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무료 코딩 강의를 이어온 이유다.”
올해 멋쟁이사자처럼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157개 대학 3812명이 몰려 수강 인원을 지난해(140명)보다 세 배 이상 많은 501명으로 늘렸다. 구직을 목표로 한 취업준비생들의 코딩 열풍에 더해 이씨가 TV 예능 프로그램(tvN ‘더 지니어스’)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덕분이다. 지원자의 80%는 코딩 교육에서 소외받은 문과생이다.
-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강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떤가.
“3기 참여자 가운데는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합격한 학생이 있다. 인문계 학생 가운데서도 코딩 기본 지식을 배워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삼성·LG에 취직한 학생도 있다. 요즘은 마케팅에서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영업 직군이 많다. 또 다음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학생, 스마일게이트·옐로모바일 등 신흥 스타트업에 붙은 학생도 있다. 직접 만든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씨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건 2006년이다.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씨가 학교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배우 김태희(35)씨의 학교생활기록부 사진을 유출하면서다. 본래 그는 보안에 취약한 학교 전산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대 측으로부터 묵살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대 담당 신문사 기자 한 명이 “이슈를 키우기 위해 김태희 사진을 해킹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10분 만에 전산망에 침입해 유유히 사진을 건네줬다. 2008년엔 서울대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제작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강의평가사이트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본래 컴퓨터를 좋아하는 ‘컴돌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진 ‘코딩 열등생’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 평점이 1.97밖에 안 됐다. 물리학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 컴공과를 지원한 건 분명 오판이었다.”
- 그렇게 싫은 전공을 계속 붙들어 매고 하게 된 이유는.
“전과를 시도해 보니 또 학점이 높아야 가능했다. 결국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으로 생각했다. 대신 3학년 때부터 매일 8시간 넘게 실습을 했다. 이 악물고 의지 하나로 공부하니 실제로 따라잡게 되더라.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스스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 2018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은 주 1회 한 시간씩 총 34시간 SW 교육을 할 예정이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한국도 학교 코딩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코딩을 배우면 분명 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IT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코딩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딩 교육을 수행평가 점수 매기듯이 하면 안 된다. 40~50대 교사가 젊은 선생님처럼 SW 교육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도 고등학생들이 하루에 12시간 정도씩 학교에 있는데 학교 수업만 일찍 끝내줘도 스스로 코딩에 흥미를 가질 학생이 많다.”
출중한 컴퓨터 실력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이씨를 좋아하는 팬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페이스북 친구는 이미 한도(5000명)를 꽉 채운 상태다. 이씨의 열성 팬들을 위해 TV 화면에선 볼 수 없는 그의 일상생활을 물었다.
“24시간,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코딩의 연속이다. 하지만 약간씩 다르다.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멋쟁이사자처럼 강의, 주말에는 내가 하고 싶은 코딩을 한다. 멋쟁이사자처럼과 주말 코딩은 취미다. 틈틈이 카레이싱 같은 취미를 즐긴다. 예능 출연도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취미의 일부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발상뿐이다.”
글=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 BOX] 수강생들 ‘메르스 맵’ 만들어 위험 지역 알려
지난 6월 3일, ‘멋쟁이사자처럼’ 출신 학생들은 ‘메르스 맵’이라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국 지도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격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는 병원 위치를 표시해 시각적으로 메르스 위험 지역이 어딘지 알 수 있게끔 했다. 서비스 운영 일주일 만에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제보 340여 건을 처리했다. 불과 2주간 운영됐지만 페이지 순방문자 수는 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화제였다.
81일간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 가운데는 직접 창업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박수상(25·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 출신)씨는 지난해 8월 대학에 입학하려는 고등학생, 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첨삭·지도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박씨는 “동기생 25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10명 정도밖에 없었다”며 “ 프로그래밍을 배워 창업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비프로’ 강현욱(24) 대표는 로스쿨 준비생이었다가 이 교육을 수강하고 창업했다. 그가 만든 SW ‘비프로 11’은 아마추어도 마치 프로축구 구단처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DB)로 각종 경기 내용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팀별 골득실, 선수당 활동 거리 같은 정보를 수기(手記)로 쓸 필요가 없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공식 계약을 해 유소년 리그를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