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축사 모음

 [똑똑한 금요일] “인간과 연결을 기억하라” “완벽한 인생계획 찢어버려라”
[중앙일보]입력 2016.06.24 01:46수정 2016.06.24 03:45 | 종합 20면 지면보기

졸업 연설은 마침 행사가 아니다. 졸업 연설은 업(業)을 시작하는 의식이다. 졸업 연설을 뜻하는 영어 ‘commencement speech’에서 ‘commencement’는 졸업식이라는 뜻 외에 사전적으로 ‘시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졸업연설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면서도 삶의 엄혹한 현실을 가르치는 메시지를 담는다. 졸업 연설을 대학생활의 진정한 ‘마지막 수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지막 수업’ 미국 대학졸업 연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눈맞춤을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는 연설을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을 찾으라. 그냥 눈을 마주쳐 봐라.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사교적 불편함이 섞인,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다. 나는 여러분이 인간과 연결됐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인간과의 연결을 많이 가졌길 바란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음 세대가 올라설 기반인 세대가 되는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실제 미래는 여러분이 결정한다. 그게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이길 바란다.” 
잘 모르는 사람을 찾으라. 그냥 눈을 마주쳐 봐라.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사교적 불편함이 섞인,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다. 나는 여러분이 인간과 연결됐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인간과의 연결을 많이 가졌길 바란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음 세대가 올라설 기반인 세대가 되는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실제 미래는 여러분이 결정한다. 그게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이길 바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AP=뉴시스]
스필버그가 던진 메시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로 전파됐다. 말의 울림은 컸다.명사들의 졸업식 축사는 연설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 사회에서 ‘시대의 메아리’로 읽힌다. 올해도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많은 명사가 새 출발을 앞둔 젊은이들을 향한 격려와 충고·조언을 했다. 

허장 / 하버드대 졸업생(중국인 최초 졸업 연설)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 연사로 나선 사람은 스필버그만이 아니었다. 28세의 아시아 유학생이 단상에 올랐다. 중국인 유학생 허장(何江)이다. 그는 이번 졸업식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졸업 연설은 졸업생 2000명 중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허장은 하버드대에서 졸업 연설을 한 첫 중국인이 됐다.후난(湖南)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인 허장은 “하버드는 우리에게 큰 꿈을 꾸고 감히 세상을 바꾸라고 가르쳤다. 졸업생은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거대한 종착지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나는 고향 마을의 농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사회가 혁신을 강조하지만 지식의 나눔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보다 나은 전달자(communicator)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지식 나눔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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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식을 빛낸 ‘지혜의 말’은 때로는 질책이고 때로는 격려가 된다. 그 채찍질을 나침반 삼아 세계의 청년들은 미지의 세상으로 나선다. 올해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울려 퍼진 졸업식 축사를 정리했다. 

자신을 믿고 행동하라.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예일대)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예일대 졸업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심지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듣기 좋은 여론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의 스크린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심지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듣기 좋은 여론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의 스크린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라.”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스펠맨대)
작은 발걸음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경제를 통해 경기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 법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찾아라.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라.”
작은 발걸음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경제를 통해 경기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 법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찾아라.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라.”
■미셸 오바마 영부인(잭슨 주립대)
미국 사회는 많은 부분 진보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흔적, 불평등한 교육, 불평등한 사법체계가 여전히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화된 차별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손을 들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숨을 깊게 쉰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고 말할 것인가?”
미국 사회는 많은 부분 진보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흔적, 불평등한 교육, 불평등한 사법체계가 여전히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화된 차별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손을 들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숨을 깊게 쉰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고 말할 것인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바꿔라

■폴 라이언 하원의장(카타즈대) 

폴 라이언 하원의장(카타즈대 졸업식)
 
완벽한 인생 계획 따위는 종이 분쇄기로 던져 버려라. 여러분은 영원히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직업을 얻어도 그게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일도 기회로 변할 수 있다.”
완벽한 인생 계획 따위는 종이 분쇄기로 던져 버려라. 여러분은 영원히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직업을 얻어도 그게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일도 기회로 변할 수 있다.”
■러셀 윌슨 미식축구선수(위스콘신 메디슨대)
인생에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순간의 아픔이 덜하진 않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픔 속에서 영원히 살 필요가 없다. 긴 안목을 가지고 항상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라. ‘안 돼(No)’가 ‘돼(Yes)’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거다.”
인생에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순간의 아픔이 덜하진 않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픔 속에서 영원히 살 필요가 없다. 긴 안목을 가지고 항상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라. ‘안 돼(No)’가 ‘돼(Yes)’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거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충격을 극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근육과 같은 것이어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남편이 사망한 뒤 ‘짙은 안개’와 같은 비탄을 느껴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하고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어려웠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내면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충격을 극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근육과 같은 것이어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남편이 사망한 뒤 ‘짙은 안개’와 같은 비탄을 느껴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하고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어려웠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내면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행크 아자리아 배우(터프츠대)
스스로에게 솔직하라.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겁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당신의 ‘직관’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처할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라.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겁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당신의 ‘직관’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처할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부 장관(스크립스대)
편안하게 해주는 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라. 친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 토의를 시작하기 위해 의견을 밝혀야지 토의를 끝내기 위해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고삐를 풀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간엔 큰 차이가 있다. 더 많이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여러분이 친숙하지 않은 의견과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해주는 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라. 친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 토의를 시작하기 위해 의견을 밝혀야지 토의를 끝내기 위해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고삐를 풀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간엔 큰 차이가 있다. 더 많이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여러분이 친숙하지 않은 의견과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하버드대)
내 직업은 두 시간 동안 지속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의 직업은 영원히 남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혁신을 하고, 동기 부여를 할 것이며, 리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는 영화가 임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러분이 모두 그런 임무를 발견하길 바란다. 고통스러운 것에, 또는 고통스럽다고 등을 돌리지 말라. 관찰하고 도전하라.”
내 직업은 두 시간 동안 지속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의 직업은 영원히 남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혁신을 하고, 동기 부여를 할 것이며, 리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는 영화가 임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러분이 모두 그런 임무를 발견하길 바란다. 고통스러운 것에, 또는 고통스럽다고 등을 돌리지 말라. 관찰하고 도전하라.”
DA 300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벤처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두 잣대가 있다. 증시 상장과 고가 매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나온 매각 성공 사례는 아쉽게도 단 두 건이었다. 가을께 티켓몬스터가 미국 소셜커머스업체 리빙소셜에 팔린 것, 동영상검색업체 엔써즈가 지난달 KT에 인수된 것이다. 벤처업계에 밝은 이라면 “역시 꼬날!” 하며 무릎을 쳤을 게다. ‘행운의 여신’ 꼬날이 또 ‘대박’을 몰고 온 것이다.

 꼬날은 아블라컴퍼니 이미나(41) 팀장의 온라인 별명이다. PC통신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유명인사다. 그가 2005년 이후 몸담았거나 관여한 벤처 5개 중 4개가 모두 수백억원대 차익 실현에 성공했다. 검색업체 첫눈은 NHN이 인수했다. 블로깅기술기업 태터앤컴퍼니는 구글이 산 최초의 한국 기업이 됐다. 꼬날은 첫눈·태터앤컴퍼니·엔써즈 모두 직원이 예닐곱 명이던 시절 합류해 회사를 키웠다. 티몬엔 아예 창업 전부터 멘토 역할을 했다. 감식안이 뛰어난 걸까, 능력이 워낙 출중한 걸까.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다가 그의 역량을 설명하기 맞춤한 포지션을 발견했다. 포수, 즉 캐처(catcher)다.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1987년 맞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서 포수는 분명 들러리다. 한데 등장 횟수는 만만찮다. 포수 없는 투수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팀에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포수는 팀의 어머니다. 87년 당시 최동원과 호흡을 맞췄던 포수 한문연은 현재 엔씨 다이노스의 배터리 코치다. 그는 “투수를 깊이 이해하면 그가 지금 뭘 던지고 싶어하는지 감이 온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투수가 원하는 사인을 보내면 더욱 힘있는 공이 날아온다. 투수에게 ‘어떤 공을 던지든 다 받아낼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걱정을 잊고 맘껏 던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상대 타자나 벤치의 분위기를 읽고, 적절한 메시지로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그의 일이다.

 유명 벤처 창업자들이 꼬날을 신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터앤컴퍼니와 아블라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은 “꼬날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두 안 된다는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조직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꼬날은 5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그 위기도 특유의 낙천성으로 수월히 넘겼다. 대표든 인턴사원이든 ‘~님’으로 부르며, 속 얘기를 들어주고 자신감을 북돋운다.

 포수는 전체 야수들을 바라보며 경기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넓은 시야가 필수다. 꼬날 또한 규모 작은 회사를 넓은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비결은 평소 온라인에서 엮어온 다양한 관계망이다. 이를 통해 인재와 고객을 모으고 브랜드를 알린다. 포수가 감독의 메시지를 그라운드에 구현하듯, 꼬날도 창업자의 철학을 세상에 퍼뜨린다. 리더의 평소 발언을 촘촘히 받아 적고 수시로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든다. 덕분에 “꼬날과 보스의 싱크로율은 100%”란 평을 듣는다. 포수는 빛이 나는 자리가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가장 고단한 포지션이다. 무거운 보호구를 두르고 경기 내내 앉았다 섰다, 달리고 몸 던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꼬날 역시 94년 벤처업계에 발 들인 이래 한 번도 임원 배지를 달지 않았다. 그럴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현장이 좋고, 누군가를 보좌하거나 대변하는 일이 즐거워 팀장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조직에나 꼬날 같은, 야구의 포수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헌신적 수하(手下) 혹은 리더를 꿈꾸는 2인자와는 또 다르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그 자체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힘을 ‘캐처십’이라고 하자.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곁에 캐처 역할을 하는 이가 없으면 그 조직은 불안하다. 캐처십의 핵심은 자발적 희생과 충성심이다. 이를 끌어낼 수 없다면 반쪽 리더십일 뿐이다. 요즘 우리 국민은 매일 이처럼 ‘캐처십 실종된 리더십’을 본다. 정치권의 돈봉투 전당대회 문제가 그렇고, 행정부를 휘감은 레임덕 기류가 그렇다. 청와대와 각 정당 수뇌부들에게 특히 꼬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출처: 중앙일보]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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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개정판 낸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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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인공 지능 등 급격한 기술 변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생각과 흐름을 수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키울 방법으로 ‘인문학 교육의 부활’을 제안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2)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외국인이다. 한국 문화의 가치와 잠재력을 입이 닳도록 역설하고 다닌다. “한국이 일군 경제 기적의 배후엔 수천년 동안 지속된 지적(知的) 전통이 있다”는 주장도 그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던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도 선비 정신과 예학·풍수 등 우리 전통문화의 강점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공부를 취업수단으로 보는게 문제
도덕적 삶, 학문 성취 전통 되찾아야
서당식 낭독교육법도 되새겨 볼만
한국인들 자부심 양극화현상 심해
이젠 한국 아닌 지역 문화 강조할 때
이태원·청계천 등 가치 짚어낼 것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소식을 화제로 올렸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활기에 세계가 주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신의 ‘선견지명’에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질의 :2011년 출간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의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5년 사이 한국인들의 의식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응답 :“자부심이란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헬조선’이라며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전통문화의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생은 …』는 속도에 치중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은 책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전통 문화의 재해석 등을 제안한다. 그는 “한국 교육의 혁신 모델을 다른 선진국에서 찾지 말고 전통교육에서 찾아라.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해법도 홍익사상 등 전통문화에 있다”고 말했다.

질의 :어떤 전통이 유효할까.
응답 :“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공급자는 돈벌이 도구로, 수요자는 취업을 위한 자격으로 생각한다.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를 강조하는 선비정신은 한국의 교육 체계를 다시 세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칠 때 썼던 ‘낭독’교육법도 되새겨봐야 한다. 지식을 내면화시키는 일종의 체험 교육이라는 점에서 암기 위주의 2차원 교육에 머무르는 현 시스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또 스승과 제자가 평생을 두고 인연을 이어갔던 전통도 되살릴 가치가 있다.”

미국 내슈빌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에서 중문학을, 일본 도쿄대에서 비교문화학을 공부하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익혔다. 1995년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서울대 중문학과에 연구생으로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부상하리라 생각해 83년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동아시아 3국의 언어를 모두 통달하면 동아시아 비교문학의 진정한 대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한국어 공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학생들이라면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배워두는 것이 유용한 미래 전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97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한국식 이름 ‘이만열’을 즐겨쓰며, 한국어도 유창하다. 하지만 1남 1녀를 한국에서 키우면서 ‘다문화 가족’의 고충을 직접 겪었다. “2007년부터 계속 한국에 살고 있다. 처음엔 두 아이 모두 한국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국제학교로 옮겼다. ‘미국사람이냐, 한국사람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한국 사회 적응 여부가 ‘(한국인같은) 외모’에 달려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질의 :줄곧 ‘단일민족’을 강조했던 전통 탓 아닐까.
응답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 문화를 조금 깊이 공부해보면 보편성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국기에도 국가의 특수성을 내세우지 않고 태극같이 형이상학적·보편적 의미를 담은 나라다. 또 고려시대에 이미 다문화의 전통과 경험이 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서울’이다. 서울의 저력과 매력을 소개하는 책을 준비 중이다. “이젠 한 나라의 문화가 아닌 각 지역의 문화를 강조해야 할 단계”라면서 “프랑스가 프로방스·노르망디 지역 등을 독립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이태원과 청계천 등의 가치를 따로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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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예일대를 나와 도쿄대·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일리노이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 해외홍보원 공식 온라인 신문 ‘Dynamic Korea’ 수석편집장, 주미한국대사관 홍보원 이사 등을 지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10권을 영어로 옮긴 책(서울대출판부 출간)도 펴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자녀와 제자의 모습은 부모와 스승이 살아온 삶의 반영
그 닮음은 뿌듯한 보람일 수 있지만 미안한 후회일 수도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직업 중에는 역할과 실제 삶이 구분돼도 좋은 직업이 있는가 하면 역할과 실제 삶이 일치해야 하는 직업도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시간 외에는 역할에서 해방되거나 맡겨진 성과물만 완성하면 자유로워지는 직업이 많지만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서 책임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다. 아마도 교육자와 종교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내일로 다가온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자 직업을 살펴보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같은 말은 이미 화석화돼 버린 시대에서 중·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대학은 취업용 스펙을 쌓는 통과 과정이 돼 버린지도 모른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수업료를 내고 적절한 노력을 투입구에 넣으면 졸업장이 자동으로 나오는 자판기처럼 돼 버린 시대, 성과와 업적 때문에 교육의 인격적 접촉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 쓸쓸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탓하기에 앞서 과연 내가 교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면 한없이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특히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윗세대의 스승님들이 보여 주셨던 인격적인 가르침을 우리 시대의 교육자는 하고 있는가?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먼 젊고 부족한 교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스승이 되고 싶은 선생’이라고 프로필에 썼던 적이 있다. 직업적인 명칭으로서의 교수와 삶의 지표가 되는 스승은 다른 뜻일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합격하고 등록한 지위로서의 학생과 공자의 표현처럼 “공경하는 사람”으로서 가르침을 얻는 제자의 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스승과 학생·제자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조합이 있다. 교수와 학생의 건조한 직업적 관계 혹은 스승과 학생, 교수와 제자의 일방향적 관계와 달리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드는 인격적 만남이 있을 것이다. 학문과 인생의 지혜를 나누고 순자(荀子)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꿈꾸는,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그려 본다.

스승의 날 반성이 길어져 버렸지만 교육자보다 훨씬 더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업은 바로 ‘부모’가 아닐까. 경제적 보상을 얻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업의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사회적 유용성과 책임성이라는 점에서 직업이라 불러도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절로 주어진 역할인 듯 착각하기도 하지만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인 동시에 소명이기도 하다. 또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불안한 일이며 처음부터 훈련받은 부모는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성공적인 장년이 성취해야 할 이슈로 ‘생산성’을 제시했다. 이때의 생산성이란 일의 성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돌보고 양육하는 중요한 과제를 포함한다.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기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교육자와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역할은 말과 지시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가 하는 모습이 투영되는 것이며 모델링을 통해 가감 없이 투명하게 전해진다. 앨버트 반두라가 사회학습이론을 통해 설명했듯이 인간행동발달은 관찰을 통해 이뤄지며 일상에서 노출되는 부모와 스승의 모습은 스펀지처럼 흡수된다.

‘365일 24시간 직업’이라는 표현은 긴장 속에서 완벽하고 그럴듯한 모습을 항상 연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오히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문제에 고민하는 모습, 고난을 견디는 모습, 좌절을 극복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진솔함, 그리하여 삶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양육과 교육의 과정일 것이다.

이 직업군의 특징이라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누구를 ‘닮는다’는 단어처럼 감동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양가감정의 단어가 어디 있으랴. 자신의 삶이 반영된 자녀와 제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삶의 선명한 결과로 남는다. 그 닮음이 뿌듯한 보람일지, 아니면 마주 보기 미안한 후회일지를 직면해야 하는 그런 ‘365일 24시간 직업’이기에.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출처: 중앙일보]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조절초점 이론’ 심리학자 히긴스 컬럼비아대 교수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밤늦게까지 일하는 팀원이 있다. 팀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잘하고 있어! 이번 일이 성공하면 인센티브를 받게 될 거야!”

이 격려는 적절했을까. 20여 년간 목표 달성과 동기 부여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7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에 따르면 팀장의 말은 누군가에겐 의욕을 불어넣지만 누군가에겐 효과가 없다. 세상에는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성취지향형(Promotion Focus)’ 인간이 있는 반면 ‘지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하는 ‘안정지향형(Prevention Focus)’의 인간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보상’보다 ‘실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이들에겐 이런 말이 더 효과적이다. “긴장하라고. 이번 일이 실패하면 우리 팀과 회사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거야!”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성취지향’과 ‘안정지향’으로 분류한 것이 히긴스 교수의 ‘조절초점 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이다. 이 이론은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원제 FOCUS)라는 책을 통해 알려지면서 심리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긍정적 암시가 행복을 부른다’는 기존 긍정심리학의 메시지를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성향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그의 이론은 조직관리·마케팅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게임회사 ‘4시33분’의 초대로 한국을 찾은 히긴스 교수를 18일 만났다.

| 성취형·안정형 기질 다 타고나지만
사회 분위기, 양육 환경 따라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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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히긴스 교수는 인간의 심리 성향을 ‘성취지향형’과 ‘안정지향형’으로 분류한다. 그는 “성취지향적인 사람도 아이를 데리고 길을 건널 땐 안전 지향이 되듯 상황에 따라 성향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한 사람의 행동 전반을 지배하는 우세한 성향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질의 :연구 주제가 독특하다.
응답 :“오래전 이혼 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심리학자로서 인간이 왜 우울해지며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을 하면서 실직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불행한 일을 겪었을 때 두 가지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에 빠지고(depressed), 어떤 이들은 불안에 시달린다(anxious). 왜 이런 차이가 나올까란 의문이 ‘조절초점 이론’으로 발전했다. ‘성장’과 ‘이상’에 집중하는 성취지향형은 이상적 자아(ideal- Self)에 도달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한편 ‘현상유지’ ‘안정’을 중요시하는 안정지향형은 당위적 자아(ought- self)에 이르지 못한 자신의 상태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

| 안정형, 현상 유지 ‘방어적 비관론자’
위기 때 불안 느끼나 최대 능력 발휘

 

질의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는.
응답 :“현재를 제로(0)의 상태, 즉 중립으로 볼 때 ‘플러스(+)1’의 상황을 희망하는 성취지향형에게 ‘0’은 불만족스럽다. 이들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목표인 안정지향의 사람들에겐 ‘0’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다. 이들은 ‘마이너스(- )1’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어적 비관론자’다. 이들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닥칠 때 최대치의 능력이 나온다.”
질의 : 미국엔 성취지향형이 많을 것 같다.
응답 :“내가 소장으로 있는 컬럼비아대 동기과학센터에서 20년간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미국인의 경우 65% 정도가 성취지향형이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경우 70%까지 높아졌다. 반면 일본이나 한국·중국은 65% 정도가 안정지향형이었다. 이는 각 사회가 도전(challenge)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나라다. 기본적으로 더 나은 삶, ‘+1’을 추구하는 사회다. 반면 일본의 경우 영토도 넓지 않고 자연재해가 많다. 이들에겐 도전보다 현재의 상태(0)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질의 : 타고난 기질에도 영향을 받나.
응답 :“사람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질을 다 타고난다. 사회 분위기와 양육 환경이 결정적인 변수다. 예를 들어 ‘인생은 도전’ ‘열심히 공부하면 보상받을 것’이란 성취지향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들은 아이와 ‘세상은 무서운 곳’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라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를 듣고 자란 아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성취형, 성장·이상에 집중 낙관론자
도달 못하면 자살 등 극단적 선택도

 

질의 :성취지향이 더 좋아 보인다.
응답 :“그렇지 않다. 성취지향형은 기쁨과 흥분을 많이 느끼지만 환상(illusion)에 휩싸이기 쉽다. 반면 안정지향적인 사람은 비관적일지라도 현실을 똑바로 보려 한다. 또 성취지향의 사람은 이상적인 자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극도로 우울해져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안정지향형은 불안해 하더라도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는 많지 않다. 두 성향 다 장단점이 있다.”

조절초점 이론은 경제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어떤 물건의 가치(가격)가 수요와 공급, 희소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던 기존 학설을 반박하며 새로운 가치 개념을 만들어냈다. 히긴스 교수에 따르면 가치란 결국 심리적인 것이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성향(성취지향 또는 안정지향)에 부합할 경우 가치는 올라가게 된다. 즉, 같은 물건이라도 ‘동기적합성(fit)’의 정도에 따라 다른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로 그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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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조절초점 이론을 조직에 적용한다면.
응답 :“두 가지 성향을 갖춘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한 골을 넣기 위해’ 뛰는 선수와 ‘한 골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모두 필요하다는 거다.”
질의 :결국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의 문제인데.
응답 :“한때 항공기 회사 보잉에서 비행기의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무 성과가 없었다.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센티브보다 규범이나 의무, 예방 등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이들에게는 안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강조하는 편이 낫다. 마케팅에서도 중요하다. 의약품을 광고할 때 ‘당신의 건강을 증진시킵니다’(성취지향)와 ‘당신의 건강을 지켜드립니다’(안정지향) 중 어느 카피를 선택할 것인가. 타깃층이 어떤 성향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 트럼프, 보수·진보 모두 자극 메시지
클린턴, 중립적인 발언 잘 안 먹혀 

 

질의 :정치인들에게도 중요할 것 같다.
응답 :“미국 대선 후보들의 메시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는 현재를 지키자는 안정지향적 메시지에, 진보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성취지향적 메시지에 반응한다. 그런 측면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아주 영리한 정치인이다. 그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 상태이며 원래의 위대함을 되찾아야 한다’는 안정지향적 메시지로 보수층을 끌어들인다. 동시에 ‘그레이트(Great)’라는 단어는 성취지향적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버니 샌더스의 연설도 ‘우리는 현재 마이너스이며, 함께 플러스로 가자’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발화는 놀랍게 닮아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현 정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중립적으로 발언한다. 이런 메시지는 먹히기 어렵다.”

히긴스 교수는 “내 이론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삶이란 목적지(destination)가 아니라 여정(journey) 그 자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일과 방식을 선택하라. 그래야 좋은 삶이 가능해진다.”
 

성취-성취 커플 쉽게 깨지고, 안정-안정 조합은 연애 힘들어
나 자신과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는 건 사랑과 연애에도 도움이 된다. 획득에 초점을 맞추는 성취지향형은 사랑할 때 ‘해변가에서의 다정한 포옹’ 같은 이상적인 장면을 꿈꾸며 열정과 만족감 등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반면에 안정지향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사랑에서 안도감과 안정감을 얻기 원한다. 모호한 관계, 소위 ‘썸’에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성취지향이 다양한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고 열린 관계를 즐긴다면 안정지향의 사람은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못 견뎌 한다. 이런 차이가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가 일정 단계에 들어서면 성취-안정 커플은 그 어느 유형보다 ‘환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 성취-성취 조합이 불같은 사랑을 하는 대신 열정의 진도가 맞지 않을 경우 깨지기 쉽고, 안정-안정 조합은 친밀감을 쌓는 속도가 느려 관계 자체가 형성되기 힘들다. 반면에 성취-안정 조합은 한쪽에서 속도를 내면 상대방에서 브레이크를 거는 식으로 관계를 유지해 간다. 토리 히긴스 교수는 “성향이 같은 부부에 비해 성향이 혼합된 부부의 관계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커플이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일을 책임지고 나머지는 상대방에게 맡기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인문학 속으로] 미국인 65% 성취지향형 한국인 65% 안정지향형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나는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쓸 때 한국의 전통문화 중에서 어느 부분이 한국의 미래 발전에서 청사진 구실을 하게 될지 가늠해 보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미래에서 효도(孝道)가 차지하게 될 가치에 대해 한 장(章)을 쓰기로 하고 개요를 작성했다. 결국에는 그만뒀다. 한국 친구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효도가 의무라고 말하면서도 딱히 효도에 대한 열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효도는 어떤 ‘진기한(quaint)’ 습관이 아니었다.

효는 추상적인 도덕과 구체적인 실천 사이에 다리를 놓는 윤리체제의 핵심이었다. 효도는 또한 개인 영역과 공공 영역을 한데 묶어 지속 가능한 정치체제를 만들었다.

18세기 중국인들은 한국의 효도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인들은 연장자와 조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경심을 문명 사회의 징표라고 파악했던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설계할 때 효도를 빼려는 생각은 틀렸다.

나는 안동에 있는 유교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디오라마(diorama) 장치들이 웅장한 유교랜드 건물을 가득 채웠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물들이 등장해 유교적 가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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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테마파크형 전시체험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교적 덕성의 함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관람객 유치가 목표인 것으로 보였다. 12세 이상의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내용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효도라는 의미에 내재한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은 이제 자식들이 노부모를 내다 버리는 일까지 발생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 마찬가지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나머지 절망 속에서 자살하는 젊은이도 나오고 있다.

효도는 반드시 부흥시켜야 할 한국의 전통이다. 하지만 효도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도를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효도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효도를 만들어 내려면 상상력을 동원하는 게 필요하다. 효도의 전통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하려면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보통 시민들과 같이 작업하는 지식인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은 어떤 ‘브랜드 추진위원회’라든가 홍보 컨설턴트들이 수행할 수 없다.

우선 효도는 여성에 대한 모든 편견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유교 전통은 성 중립적(gender neutral)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례가 있다. 그러한 개혁의 사례가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후손들이 추앙해야 할 조상에는 여성이 포함돼야 하며 여성은 제사 등 유교 의식에 남성과 동등한 방식으로 참가해야 한다. 전통을 개혁하는 데 실패하면 결과는 그 전통 자체의 소멸이다.

또한 효도는 도덕적인 의무뿐만 아니라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에 이르는 과정으로도 이해해야 한다.

효도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정체성의 핵심이다. 왜냐하면 비록 우리가 조상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는 조상들의 공헌이 낳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효도의 전통을 부흥시키려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야 한다. 부모는 조상에 대해 자녀에게 말해줌으로써 그들의 생각이나 몸의 생김새 그리고 경험이 어떻게 지난 세대의 조상들과 연결되는지 자녀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효도는 프로이트적 접근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효도는 보다 건설적인 심리학적 이해를 제공한다. 효도를 통해 자녀의 삶에서 부모가 차지하는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인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어버이-자녀 관계의 긍정적인 것들을 강화하는 매일매일의 실천을 통해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1920년 베이징에서 한 해 동안 체류하며 강연 활동을 했다. 그는 22년 출간된 『중국의 문제(The Problem of China)』에서 서구 국가에서 “어떤 개인의 충성심을 전투부대로 유도하는 애국주의”보다 유교의 효도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훨씬 바람직한 체제라고 지적했다.

이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효도는 개인의 영역과 국가를 연결하는 통합적인 철학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효도 철학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이념’이 아니며 군국주의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애국주의’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19세기에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가족을 강조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바로 효도가 한국이 제국주의적인 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으며 한국이 인간애가 넘치는 통치제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었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출처: 중앙일보] [임마누엘 칼럼] 효도와 한국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