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첫 내한해 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도킨스는 22일 세종대에서 강연을 했고, 25일엔 고려대에서 장대익 서울대 교수와 대담을 할 예정이다. [사진 우상조 기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첫 내한해 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도킨스는 22일 세종대에서 강연을 했고, 25일엔 고려대에서 장대익 서울대 교수와 대담을 할 예정이다. [사진 우상조 기자]

종교와 신을 부정하고, 모든 생명체를 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간주한 현대과학의 문제적 인물 리처드 도킨스(76)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 다윈의 진화론을 유전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입증하면서도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대중의 호응을 끌어낸 진화생물학자다. 종교계 및 동료 과학자와의 치열한 논쟁을 마다하지 않은 전투적 무신론자이자 독설가로도 한 시대를 풍미해왔다.

외부 재앙에 인류 멸망 않겠지만
동식물 감소 등 내부 위협이 문제
AI로봇, 인류 파괴할 씨앗 될 수도
인간 뇌 더 이상 커지지는 않을 것

이번 내한에서 그가 꺼낸 화두는 ‘진화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다. 2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특유의 통찰력으로 과학기술의 위험을 경고했다.
 

 
인류는 멸종할까

지구의 숱한 생명체가 사라져왔다. 인류라고 과연 예외일까.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에 대해 도킨스는 ‘생존 지속’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공룡을 예로 들며 “6500만 년 전 거대한 운석과의 갑작스러운 충돌로 수백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 공룡을 소멸시켰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정 수준의 기술 발전을 이룩한 현존 인류는 그 같은 재앙이 닥쳐도 “땅을 파고 벙커 속으로 들어가 연명하거나, 아예 화성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공룡을 멸종시켰던 유성의 진행 방향을 예측해 “충돌을 미리 방지하거나 로켓 등을 쏘아 궤도 자체를 수정시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진정한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비롯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도킨스는 “지구촌 생태계 동식물의 다양성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인류는 어떻게 진화할까

도킨스의 원리는 ‘방사진화론’이다. 진화가 일직선상으로 진행되지 않고, 지리적 격리 등으로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패턴화된 진화의 방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상은 어떨까. 도킨스는 뇌에 주목했다. 우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현재까지 300만 년 동안 계속 뇌는 커졌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큰 뇌가 생존과 번식에 더 이상 유효한 도구가 아니란 진단이다. 대신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을 장려하는 특정 종교에서 보듯 문화적 이유가 진화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문화적·기술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보다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동차·컴퓨터를 보라. 생물학적 진화보다 수백만 배나 빠르다. 문화적 진화에 자연선택 법칙이 적용되긴 어렵다. 서로 영향을 주겠지만 생물학적 진화가 문화적·기술적 진화를 따라갈 것이다. 향후 인간의 진화는 문화적 진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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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류를 대체할까

그럼 과학기술의 진화가 과연 장밋빛일까. 도킨스는 인공지능(AI)을 언급하며 “앞으론 로봇이 이 강연장에서 실리콘과 탄소 기반 시대에 대해 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지위를 위협할 지경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 파괴의 씨를 뿌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낙관적 시선을 놓지 않았다. 도킨스는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확대 등 수세기가 지나 되돌아보면 역사의 바퀴는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과학을 통해 우주와 세상을 이해하는 인간인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ichard Dawkins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1941년 케냐 나이로비생. 35세에 쓴 『이기적 유전자』를 필두로 『확장된 표현형』(1982), 『만들어진 신』(2006) 등으로 과학계·종교계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2013년 ‘프로스텍트’지가 전 세계 100여 개국 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최고 지성’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다

살아남은 유전자 ‘이기적 선택’…명쾌하게 밝히다

[중앙일보] 입력 2017.01.23 01:06   수정 2017.01.23 02:57

도킨스의 진화생물학은

논쟁과 도발의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21일 처음 방한했다. 『이기적 유전자』 등 베스트셀러로 현대 과학계에 충격을 던진 그의 이론을 정리한다.
 

병아리의 쪼기 행동 관찰로 박사 논문
40여년간 논쟁의 중심에 섰던 진화론자 도킨스. 21일 첫 내한해 강연과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 우상조 기자]

40여년간 논쟁의 중심에 섰던 진화론자 도킨스. 21일 첫 내한해 강연과 사인회를 열었다. [사진 우상조 기자]

리처드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킨스는 1966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왜 병아리가 특정 색깔의 점을 다른 색깔의 점보다 더 많이 쪼아대는지에 대해 일종의 병아리 ‘심리학적’ 모형을 만들어 설명했다. 병아리의 쪼기 행동이 적당한 제한 조건을 만족하는 특정한 수학 규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는 마치 경제학에서 합리적 소비자가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한다고 설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생존 위해 만들어진 유전자 ‘긴 팔’
포크레인·우물·댐으로 확장해 설명
이슬람·기독교의 인격화된 신 부정
과학이 도덕사회 만들 수 있다 주장

이처럼 동물행동학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행동이 진화론적으로 유리한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기에 동물행동학은 그 방법론 자체에서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 대한 설명에서 차이를 두지 않는 ‘통섭적’ 특징을 보인다. 이런 방법론적 가정은 사회과학의 근본 전제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운다. 사회과학의 출발점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자신이 생각하는 특정한 ‘이유’에서 행동을 하는 주체적 존재라는 것인데, 인간 행동의 양상이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론적으로 유리한 특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부분적으로라도) 결정되어 있다면 이를 ‘주체적 인간’의 관점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된다. 유명한 ‘본성-양육’ 논쟁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 채널4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찰스 다윈의 천재성’ 촬영 중 고릴라를 바라보고 있는 도킨스.

영국 채널4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찰스 다윈의 천재성’ 촬영 중 고릴라를 바라보고 있는 도킨스.

도킨스는 95년 시모니 석좌교수직에 취임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는 동물행동학자로 연구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그가 진가를 발휘한 점은 76년 발표한 『이기적 유전자』 등 일련의 대중과학서를 통해 유전자 중심의 진화생물학적 관점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이었다. 시모니 석좌교수 자체가 도킨스의 업적을 인정해 새롭게 설립된 ‘대중의 과학이해’를 전담하는 교수직이었을 정도였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출판사가 제안한 것이고 원래 도킨스는 ‘불멸의 유전자’라는 표현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도킨스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일정한 수명을 갖고 탄생했다 죽음을 맞는 개체가 아니라 여러 개체를 관통해서 복제되어 살아남는 유전자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더 결정적이라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기적인’ 부분에 주목했고, 이 과정에서 도킨스 스스로도 유감을 밝힌 오독이 발생했다. 도킨스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설명하려면 ‘마치’ 유전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의미의 비유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 비유가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의미로 이해됐고, 많은 독자들이 인간은 이기적 유전자의 지배를 받기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상을 받게 됐던 것이다.
 

유전자의 ‘긴 팔’과 문화의 응축 ‘밈’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선 도킨스. 이곳에서 의무로 착용해야 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김영사]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 선 도킨스. 이곳에서 의무로 착용해야 하는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김영사]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유전자만으로 인간을 비롯한 고등 동물의 행동, 특히 문화적 행동과 그 결과물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그의 또 다른 개념인 ‘확장된 표현형’과 ‘밈’이 중요해진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비버의 댐(비버는 댐을 만드는 습성을 갖고 있다)을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유전자의 ‘긴 팔’을 설명한다. 유전자의 ‘긴 팔’이란 또 다른 은유다. 우리가 물을 마시고 싶어 팔을 뻗어 물컵을 잡는다면 팔은 우리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물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해 우물을 판다면 포크레인이나 우물도 의지 실현을 위해 몸을 확장한 일종의 ‘긴 팔’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표현형이란 ‘파란 눈’처럼 원래 유전자의 결과물로 나타난 생명체의 특징(형질)을 의미한다. 그런데 동물의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면 동물의 행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 예를 들어 비버의 댐도 일종의 유전자의 ‘긴 팔’의 결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자에 의해 직접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만이 아니라 동물의 행동과 그 결과물 또한 ‘확장된’ 표현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도킨스는 이 ‘확장된 표현형’의 개념으로 인간의 문화적 생산물을 모두 포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실상부 유전자의 ‘긴 팔’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만이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특징에까지도 뻗어 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밈 개념을 도입한다. 밈은 ‘특정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에 전달되는 생각·행동·스타일’을 지칭한다. 즉, 유전자와 유사하게 (하지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전파되는 문화적 단위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밈은 유행어나 대중가요의 곡조겠지만 좀 추상적으로는 정치적·종교적 원리나 철학적 주장도 해당된다.

도킨스의 밈 개념이 가장 논쟁적으로 활용된 예가 종교다. 도킨스가 보기에 종교적 믿음, 특히 ‘신’ 개념은 가장 나쁜 종류의 밈이다. 도킨스는 아인슈타인의 신 개념처럼 온 우주에 퍼져있는 추상적 원리의 은유로서의 신 개념에는 별 불만이 없다. 도킨스가 문제 삼는 것은 기독교나 이슬람교의 인격신 개념이다. 그는 이런 인격신이 진정으로 존재하는지를 과학적 가설로 간주해서 경험적 판정을 내리자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처럼 부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이렇게 분명한 결론이 났음에도 종교적 믿음과 신 개념이 이토록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킨스는 이에 대한 설명을 밈이 전파되는 과정에 대한 자신의 이론에서 찾는다. 종교를 가진 부모 밑에서, 혹은 종교가 사회 전체에서 널리 수용되는 환경에서 자라난 어린이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 밈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도킨스 역시 종교가 우리의 삶에 도덕적·교육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런 기여가 종교가 아닌 과학을 통해서 더 잘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이 종교적 근본주의자만이 아니라 상당히 온건한 방식으로 종교와 과학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사람들도 불편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점에서 도킨스의 ‘전투적 무신론’은 과학지식의 긍정적 힘을 확신하는 21세기의 신계몽주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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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과학자에게도 훌륭한 교양서

도킨스의 영향력은 그의 수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끼친 ‘대중의 과학 이해’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동물행동학 및 진화생물학 연구가 결코 하찮은 것은 아니지만 대중저술가로서의 그의 유산에 비해 학계에 끼친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대중의 과학 이해’ 영역에서의 업적을 어려운 과학 내용을 ‘쉽게 해설’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분화된 연구주제를 탐구하는 것만큼이나 과학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전망과 함의를 통합적 시각에서 제시하는 것은 대중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과학자에게도 훌륭한 ‘과학 교양’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전문화된 주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대 과학자들은 자칫 나무만 보다가 숲은 보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도킨스가 저술한 일련의 책들은 이런 과학자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현대 생물학의 세계관과 첨단 학술 연구의 지평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한다. 비록 그의 구체적인 주장은 논쟁적일 수 있지만, 도킨스 스스로 강조했듯 그 논쟁성 자체가 건강한 과학이 발전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상욱(한양대 철학과 교수·과학철학)

[출처: 중앙일보] 도킨스 “생물학적 진화 아닌 문화적 진화, 그게 인류의 미래”

앞쪽 뇌 팔팔해야 창의력 쑥쑥… 꿈·목표 세우면 뇌도 깨어난다

앞쪽 뇌 팔팔해야 창의력 쑥쑥… 꿈·목표 세우면 뇌도 깨어난다

입력 : 2017.01.19 03:04

[창의 교육 프런티어들] [8·끝] 창의력의 비밀, 전두엽

인지기능 총괄 뇌 앞쪽 전두엽, 근육처럼 쓰면 쓸수록 튼튼해져… 독창·혁신적 사고 가능하게 해

– 꿈·목표는 뇌 움직이게 하는 ‘명령’
작은 일도 마무리짓는 습관 들이고 ‘욱’할때 참는 인내·끈기 갖춰야

“창의력을 높이려면 앞쪽 뇌를 키워야 합니다.”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나덕렬(신경과 교수) 소장은 “우리 교육은 암기 위주로 해마(海馬) 등 뒤쪽 뇌를 반복해 쓰는 방식”이라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으로 키우려면 전두엽, 즉 앞쪽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 소장은 인지신경학 전문가로, 전두엽 기능 발달의 중요성을 일깨운 ‘앞쪽형 인간’, 얼굴 관리하듯 평생 뇌를 쓰자는 ‘뇌미인’이라는 책을 냈다.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나덕렬 소장이 뇌 모형을 보여주면서“독창성을 키우려면 전두엽, 즉 앞쪽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뇌신경센터 나덕렬 소장이 뇌 모형을 보여주면서“독창성을 키우려면 전두엽, 즉 앞쪽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그는 “창의력의 핵심은 기존 것이나 한 가지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건데, 그 기능의 능력은 전두엽 중앙에 있다”고 말했다. 나 소장은 “앞쪽 뇌에 창의·기획, 동기, 충동조절센터 등이 분포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근육을 쓰면 쓸수록 커지듯이 전두엽도 쓰면 쓸수록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나만의 의견 찾는 훈련을”

전두엽은 답을 보지 않고 문제를 풀려고 할 때 크게 활성화된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답부터 보면 수학 실력이 안 느는 이치와 같다. 스스로 알려고 끙끙대야 앞쪽 뇌가 커진다. 나 소장은 “결과가 어찌 됐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훈련이 중요하다”며 “그 결과가 잘못되어도 실수를 통해 아이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두엽 외측에 창의와 기획센터가 있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목표가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 5000억개의 뇌세포는 ‘목표’라는 명령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번 달, 올해, 10년 후 등 단기·장기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려 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뇌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일상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반드시 마무리 짓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루 30분 단어 암기가 안 되면 20분으로 줄이고 이걸 항상 마무리하는 게 좋다. 그러면 자신감과 성취욕이 유발돼 좀 더 큰 일에도 도전하게 된다.

창의력 센터 개발에는 역지사지 토론도 권장된다. 예를 들어 낙태라는 주제를 놓고 한 번은 무조건 낙태에 찬성하는 의견과 논리로 토론에 임하고, 그다음에는 무조건 반대하는 의견을 펴는 방식이다. 나 교수는 “생각을 일부러 바꿔보는 훈련을 하면 논리성과 유연성이 동시에 좋아진다”고 말했다. 외국어 공부도 앞쪽 뇌 훈련에 효과적이다. 새로운 학습에 다양한 뇌 신경회로를 동원하게 되고, 외국어 공부의 결과로 새롭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추진센터·충동조절센터 키워야

앞쪽 뇌 아래쪽에는 충동조절센터와 사회센터가 있다. 이를 키우려면 화를 참고, 화가 나는 이유를 곰곰이 짚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전두엽 바닥 안쪽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가 있다. 이 기능이 약하면 사소한 것에 충동적으로 끌리거나, 툭하면 화를 내 일을 그르치게 된다. 나 소장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전두엽이 약한 불쌍한 사람”이라며 “창조는 단박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내와 끈기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는 충동을 억제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족·친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요구르트 아줌마나 경비 아저씨 등 주변 사람에게 고마워하는 심성이 사회센터를 강화시킨다. 나 소장은 “전두엽이 손상되면 타인과 끊임없이 싸우고 충돌한다”며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면 풍요 감정도 올라가 충돌 조절 능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명상·기도·사색 등을 하거나 조용한 공간을 찾아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복잡한 뇌를 재세팅하는 데 좋다.

학생들에게는 선(先)공부 후(後)놀이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 즐거운 일을 앞두고 밀린 숙제나 공부를 해놓는 습관을 들이면,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들도 즐겁게 할 수 있다. 나 소장은 “전두엽 뒷부분은 운동 기능과 실행 의지 센터가 맞물려 있다”며 “이 때문에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실행력과 추진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9/20170119001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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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초등생의 코딩 교육이 무서운 이유

[취재일기] 영국 초등생의 코딩 교육이 무서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6.10.07 00:20   수정 2016.10.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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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진
산업부 기자

사실 진짜 문제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다. 세계의 코딩 교육 열풍, 그리고 한국 코딩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한 본지 시리즈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를 취재하며 자주 든 생각이다. 컴퓨터 교육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얘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건 코딩이 아니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시리즈 1회에 소개된 영국 6학년 학생의 코딩 교육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 정인기 춘천교대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6학년 학생은 1년 내내 모바일 앱을 만든다. 이미 다섯 살 때부터 250시간이 넘게 코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다. 앱 만들기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뉜다. 첫째, 앱 기획으로 어떤 앱을 만들고 왜 만드는가. 둘째, 프로젝트 관리로 우리 팀에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셋째, 시장조사 단계로 비슷한 앱은 어떤 게 있고 우리는 어떻게 앱을 차별화할 것인가. 넷째, 앱의 메뉴는 어떻게 나누며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다섯째, 어떻게 프로그래밍해 앱을 완성할 것인가. 끝으로 어떤 마케팅을 해 시장에 앱을 퍼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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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영국 아이들은 각 단계를 매주 1시간씩 6주 동안 탐구한다. 어떤 앱을 만들지 토론하고 왜 이 앱이 사회에 필요한지 발표하고 친구들의 지적을 받아 구상을 수정한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수집하는 법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발표하는 법을 함께 배운다. 더불어 그들이 사는 사회와 시장을 배운다. 이 사회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가, 나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사회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붙잡고 가야 할 질문이다. 온 세상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되고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움직이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 말이다. 그 질문을 던지는 법을 영국의 학생들은 다섯 살 때부터 배우고 있다. 컴퓨터 교육계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있는가.

“산업혁명의 동력은 수학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선 코딩이 수학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2014년 초·중·고교에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며 당시 영국의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은 다음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적어도 우리보다는 앞서있다. 이 흐름에 한발 뒤처진 한국이 언제까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혁명이 오면 기존 질서는 순식간에 바뀌는데 말이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캄캄하면 불켜지는 모자 발명 중학생 “무료 코딩교육 덕”

캄캄하면 불켜지는 모자 발명 중학생 “무료 코딩교육 덕”

[중앙일보] 입력 2016.10.06 02:08   수정 2016.10.06 08:44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하> 잃어버린 10년

경기도 한 중학교에 다니는 윤수혁(13)군은 요즘 코딩 기자재 ‘아두이노’에 푹 빠져 있다. 일종의 회로 기판인 아두이노는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전자기기를 제어한다. 얼마 전에는 학교의 코딩 시범 수업에서 배운 대로 아두이노에 프로그램을 장착해 어두운 장소에 가면 저절로 조명이 켜지는 모자를 만들었다. 윤군은 “방학 때 수강한 무료 코딩 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교육 틈새 메울 대안들
기업·단체, 온·오프라인 무료 교육
“부모가 함께하면 아이도 쉽게 배워”
모니터 연결하면 되는 ‘손가락 PC’
개당 1만원 값 낮춰 학교 보급 추진

윤군처럼 무료로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늘고 있다.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가 무료 코딩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본지의 코딩 교육 시리즈를 읽고 여러 독자·전문가들은 본지에 연락해 코딩 교육에서 소외된 ‘코딩 푸어(Coding Poor)’를 위한 다양한 교육 방안을 소개했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은 무료 코딩 교육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무료 사이트로는 ‘엔트리’와 ‘소프트웨어야 놀자’ ‘코리아 SW’와 ‘SW 중심사회’ 등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부분 전문 소프트웨어 언어 대신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을 사용해 처음 코딩을 접하는 아이들도 차근차근 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린 학생이 어른의 지도 없이 혼자 공부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코딩 교육 사이트 ‘코들리’를 운영하는 그렙의 이확영 대표는 “부모가 먼저 사이트를 둘러보라”고 권한다. 이 대표는 “이런 사이트에선 전문 지식 없는 어른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며 코딩을 할 수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같이 애니메이션이나 간단한 게임을 만들며 하나씩 성취를 해나가다 보면 자녀가 저절로 코딩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해외의 유명 코딩 교육 사이트 중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코드닷오알지’나 ‘스크래치’ ‘팅커’ 등이 대표적이다. 정인기 춘천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진짜 중요한 건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키우는 것인데 이는 지도 교사 없이 학생 혼자의 공부로는 무리가 있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다양한 방과후 교실, 코딩 체험 수업 등을 적극 찾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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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만~5만원대의 ‘손가락 PC’도 코딩 교육 확산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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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실이 없어 제대로 된 코딩 수업을 하지 못하는 학교에는 크기가 작고 저렴한 ‘손가락PC’를 활용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나왔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측이 소개한 손가락PC는 어른 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PC다. 모니터·키보드와 연결해 컴퓨터처럼 쓸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 에디토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개당 가격이 3만~5만원이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이를 1만원대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삼성전자에 이어 네이버도…SW 전문가 양성 과정 축소

삼성전자에 이어 네이버도…SW 전문가 양성 과정 축소

[중앙일보] 입력 2016.10.06 02:10   수정 2016.10.06 15:23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하> 잃어버린 10년

초·중등생을 위한 무료 코딩 교육은 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워 내는 대기업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추세다. 5일 네이버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목표로 2013년 문을 연 NHN넥스트인스티튜트(NHN넥스트)가 방향을 크게 바꾸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4월 이사회에서 ‘향후 NHN넥스트의 신입생 선발에 신중을 기한다’는 안건을 의결했는데 초기에 구상했던 방식의 신입생 선발은 지금의 3기로 종료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소수의 인력에게 2년간 집중 투자해 전문가를 길러 내는 방식에서 다수에게 현장형 실무교육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NHN넥스트는 이미 대폭 축소된 상태다. 2년 교육을 약속받고 입학한 1, 2기 입학생이 각 90명인 것과 달리 1년 교육과정으로 입학한 3기 신입생은 12명에 불과하다.

“10년간 1000억 투자” 약속했다가
네이버, 단기간에 성과 없자
정보소외계층 지원으로 전환 모색

앞서 삼성전자도 자사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의 정기 공채를 25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본지 5월 23일자 B2면). 매년 두 차례 실시하던 정기 공채를 없애고 신입생 규모를 크게 줄여 상시 선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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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넥스트는 네이버가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고도의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출범한 비영리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다. NHN커넥트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출범 당시 “학력도 경력도 따지지 않고 성장 가능성만 보고 뽑는다. 어떤 교육기관보다 파격적인 지원, 창의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하겠다”고 알려 큰 화제가 됐다. 실제로 NHN넥스트 신입생 중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거나 회사를 다니다 입학하는 등 이색 경력자가 많았다.

출범 3년 만에 초기 구상을 접게 된 배경엔 재단 경영진과 NHN넥스트 교수진 간의 갈등이 있었다. 2014년 취임한 윤재승 NHN커넥트재단 이사장은 “NHN넥스트가 소수의 엘리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더 많은 이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교수진은 “당초 약속대로 2년 교육 과정을 지원해 달라”고 맞섰다. 내홍 끝에 2대 이민석 학장이 사임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네이버 관계자는 “처음 출범할 때 너무 큰 꿈을 꾼 게 NHN넥스트가 축소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격적인 지원을 하면 NHN넥스트가 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당장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단기간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을 경영진이 깨달은 것 같다”며 “차라리 정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 활동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 걸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코딩 교육 붐이 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이 일자리에서 우대를 받으면서 문과생까지 컴퓨터 학원을 다닐 정도로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많아졌다”며 “오랜 시간 큰돈을 들여 소수 인력을 양성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이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이런 변화를 안타깝게 보는 시각도 많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10년을 내다보고 출범했어야 할 교육기관이 2, 3년 만에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것은 그만큼 깊이 있는 교육 철학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이들 기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더 신중하게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NHN커넥트재단 측은 “출범 초기에 구상했던 형태로 신입생을 선발하지는 않겠지만 방향을 바꿔 NHN넥스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컴퓨터교육과 10년 새 18곳 → 8곳, 코딩 가르칠 교사가 없다

컴퓨터교육과 10년 새 18곳 → 8곳, 코딩 가르칠 교사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16.10.06 02:13   수정 2016.10.06 08:46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하> 잃어버린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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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한 여자중학교의 과학 교사 임모(42)씨는 이번 학기 들어 컴퓨터 수업을 시작했다. 학교가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한 학급을 대상으로 코딩(Co 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이 개설된 것이다. 그는 원래 컴퓨터를 가르치는 정보 교사였다. 국립대 컴퓨터교육학과를 졸업해 2001년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했다. 그가 임용되던 즈음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은 유례없는 각광을 받았다. “초·중등학교에서 매주 한 시간 이상 컴퓨터를 가르치라”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 지침 덕분이었다.

“자부심이 있었죠.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임 교사의 회고다. 하지만 컴퓨터 교육에 대한 관심은 정부가 바뀌면서 조금씩 식어갔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선 ‘컴퓨터 교육 의무 이수’ 지침이 폐지됐다. 2012년 임 교사는 전과를 위한 연수를 신청했다. 학교에서 정보 과목을 없애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때문에 2018년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또 저 같은 정보 교사가 우르르 교단에 서겠죠. 그런데 다시 정책이 바뀌면 그분들은 어디로 갈까요. 저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드네요.”

DJ 정부 때 초·중 매주 1시간 교육
MB 정부 때는 의무교육 폐지
벤처 붐 꺼지며 SW시장 위축된 탓
정보교사들, 다른 과목 전과 늘어
중학 2934곳 정보교사 1217명뿐

다시 정보 교사로 돌아갈 길은 열렸지만 그는 아직 고민 중이다. “과학 과목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정보 과목은 또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백년대계가 아닌 오년대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컴퓨터 교육 정책을 한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의 관련 학과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많은 교사가 담당 과목을 바꾸며 진통을 겪었다. 2018년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교육계가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전문성 있는 중·고등학교 정보 교사를 길러내는 컴퓨터교육학과는 전국에 8곳뿐이다. 한때 컴퓨터교육학과를 확보한 대학은 18곳(2005년)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가 컴퓨터 교육을 강조하며 1995년만 해도 7곳이던 관련 학과가 2000년 15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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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육에 가장 심하게 찬물을 끼얹은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정보 교육 의무화 폐지’다. 이듬해엔 정보 과목이 일반 과목이 아닌 심화 과목으로 지정됐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선 굳이 컴퓨터 수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학급 수 기준으로 한때 43.2%에 달하던 중학교 정보 과목 선택 비중(2007년)은 2012년 7.6%로 떨어졌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이명박 정권에선 컴퓨터실 기자재 예산도 단독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학교 운영비에 포함시켜 학교장이 재량껏 조정할 수 있게 했다”며 “컴퓨터 교육에 관심이 적은 학교장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려운 컴퓨터실을 없애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급격히 꺼지며 소프트웨어 관련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것도 컴퓨터 교육 시장이 쪼그라든 원인 중 하나다. 컴퓨터를 배우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 이 기간 사교육 시장조차 성장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대 교수는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하청을 받아 일하다 보니 저임금 등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조차 ‘내 자식은 소프트웨어 안 가르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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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분위기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코딩 공교육 도입 등으로 빠르게 바뀌고는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경쟁률이 치솟고, 교양 과목으로 컴퓨터를 배우는 학생이 느는 게 대표적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문과 졸업생들이 컴퓨터 학원에서 코딩을 배우는 경우도 흔하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는 단기간에 꺼지지 않을 걸로 보인다”며 “늘어나는 컴퓨터 교육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수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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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시급한 것은 공교육·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지난해 기준 중학교의 정보 교사는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정보 교사를 채용하는 학교가 늘며 삼성·LG 그룹에 취직했던 제자들이 회사를 접고 교사로 변신하기도 했다”며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전후로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교육대학원 등에서 관련 전공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김경미 기자 mijin@joongang.co.kr

코딩 학원 보름에 640만원…“SW 공교육 2배로 늘려야”

코딩 학원 보름에 640만원…“SW 공교육 2배로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2016.10.05 02:08   수정 2016.10.05 03:00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상> 한 발 늦은 공교육

지난 7월 서울 대치동의 한 컴퓨터 학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최모(16)군이 어머니와 함께 “속성으로 코딩(Coding)을 배우고 싶다”며 학원을 찾았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할 거예요. 그러려면 컴퓨터공학 복수 전공이 필수예요. 요즘은 투자도 다 인공지능(AI)이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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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의 한 컴퓨터 학원에서 원장(오른쪽)이 중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이 학원은 1년 전보다 여름방학 수강생이 5배 정도 늘었다. 학원장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에 학부모 문의가 크게 늘었다. 해외에서 코딩 교육 바람이 세다 보니 국제고를 다니는 학생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SW도 부의 대물림…‘코딩 푸어’우려
4년 뒤 컴퓨터 직업 55% 늘어
빈곤층 자녀 PC방서 게임할 때
부유층은 게임 만드는 법 배워
중학교 SW교육, 경기 48% 울산 2%
관련 직종 여성 비중도 13% 그쳐
“컴퓨터·인터넷망 예산 전액 지원을”

강원도 원주의 문과생 윤모(18)군은 자타 공인 게임 마니아다. 하루에 보통 5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을 한다. 컴퓨터 앞에서 살다시피 하지만 게임 말고는 컴퓨터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코딩을 배워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코딩이 뭐냐”고 되물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학교에 컴퓨터 수업도 없고 이 동네엔 학원도 없고요.” 윤군의 장래 희망은 “안정적이니까 공무원”이다.

공교육을 믿지 못하니 찾을 곳은 사교육 시장이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코딩 사교육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는 여건이 안 돼 코딩 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되는 계층이다. 사교육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격차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코딩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이 미래 일자리 시장에서 차별받는 ‘코딩 푸어(Coding Poor)’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코딩이 미래 사회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힐 거란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일단 컴퓨터 관련 직업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코딩 교육 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선 컴퓨터 관련 직업이 140만 개로 지금(90만 개)보다 55% 늘어난다. 그러나 같은 해 배출될 컴퓨터 전공자는 40만 명에 불과할 걸로 예측된다.

하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이들만 코딩을 배우는 게 아니다.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만드는 법을 알면 여러 업무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코딩을 아는 변호사나 의사는 자기 업무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도움이 될지, 이를 어떻게 설계해 도움을 받을지를 떠올릴 수 있다”며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체계를 갖춘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사교육은 서민이 접근하기엔 너무 비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치원은 만 3세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월 수강료 100만원이 넘는 수업을 실시한다. 기자가 방문한 대치동의 학원은 방학 속성 교육이 3시간에 40만원. 원장은 “보통 16회 정도를 기본으로 수강한다”고 말했다. 보름 남짓한 수업에 640만원을 내는 것이다.

지역별 격차도 심하다. 본지가 전국 3204개 중학교의 지난해 정보·컴퓨터 과목 선택 비율을 조사해 보니 경기도(47.5%)와 대구(41.9%)는 절반 가까운 학교가 컴퓨터 교육을 이미 실시하고 있었지만 울산(1.6%)과 대전(5.7%), 강원도(8.0%)는 학교 열 곳에 한 곳도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지 않았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운이 좋아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배운 학생들은 디지털 경제에선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일 확률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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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격차도 컴퓨터 교육학계의 큰 숙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컴퓨터·통신 관련 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2만1429명 중 여학생은 5799명(27.1%)에 불과하다. 성균관대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코딩 교육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야 놀자’의 지원자 역시 남녀 비율이 8대 2 정도다. 지난해 한국의 소프트웨어 관련 직종에서 여성 인력은 12.5%로 미국(22.9%)과 영국(19.1%)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민관이 힘을 합쳐 코딩 교육을 전담 지원할 조직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국회가 나서 수업 시수(時數)와 시설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수업 시수는 최소한 지금의 두 배로 확보하고 컴퓨터와 인터넷망 관련 예산은 학교 운영비와 상관없이 충분히 밀어줘야 한다”며 “교육 현장에 전문성 있는 교사가 부족한 문제는 컴퓨터를 전공한 젊은 학생들에게 교직 이수의 기회를 늘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와이파이 안 되는 SW시범학교 “컴퓨터 없어 칠판 수업”

와이파이 안 되는 SW시범학교 “컴퓨터 없어 칠판 수업”

[중앙일보] 입력 2016.10.05 02:10   수정 2016.10.05 03:00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상> 한 발 늦은 공교육

#강원도 원주의 한 여자중학교. 올해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엔 컴퓨터실이 없다. 2018년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보라고 정한 학교인데도 그렇다. 교육당국에서 올해 12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기자재를 살 수 있는 돈은 그중 30%(360만원)로 제한돼 있다. 컴퓨터 서너 대 사면 없다. 시범 수업을 맡은 임모(42) 교사는 “컴퓨터 없이도 가능한 사고력 증진 수업 위주로 일단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을 컴퓨터로 구현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 시범 실시 현장 가보니
“블루투스 연결해야 하는 로봇실험
자꾸 멈추니 학생들이 집중하겠나”
정부 컴퓨터 지원금은 360만원뿐

한 달 1시간뿐인 코딩 수업 왜
교과과정 개편 때 실과 교수들 주도
“자기 수업 줄까봐 코딩수업 확 줄여”
SW교육 해본 교사는 4.7% 불과

#지난해 가을 마무리된 2018년 초등학교 실과 교과과정 개편 작업. 초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코딩 교육이 처음으로 반영되는 중요한 작업이었지만 정작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수는 개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큰 틀의 교육 범위를 정하는 1차 교과과정 개편 작업엔 전공 교수가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결정하는 2차 개편 작업에선 해당 교수가 빠진 채 논의가 진행됐다. 실과를 전공한 교수들이 모여 코딩 교육 내용을 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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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영리 코딩 교육 단체인 코드클럽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코딩을 배우고 있다. [사진 코드클럽]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초·중학교에서 코딩 수업 시간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실과·기술 수업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양쪽 교사들 사이에 알력이 심했다”며 “코딩 공교육의 수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교과과정 개편이 파행적으로 흘러간 것 모두 밥그릇 싸움의 결과”라고 전했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은 코딩 공교육. 하지만 “이조차 제대로 시행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다. 2018년 공교육 도입을 앞두고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로 지정돼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10여 곳의 학교를 취재한 결과 곳곳에서 고충이 터져나왔다. 현장 교사들은 부족한 수업 시수(時數)와 열악한 컴퓨터실 환경, 전문성 있는 교사의 부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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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 수박 겉핥기식 교육만 하게 된다”는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나왔다. 2018년 공교육이 시작돼도 초등학생은 5~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생은 1~3년간 34시간 코딩을 배우게 된다. 한 달에 1시간 남짓이다. 만 5세부터 매주 1시간씩 코딩을 가르치는 영국은 물론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70시간 교육을 의무화한 중국이나 중학교에서 55시간, 고등학교에서 70시간 동안 컴퓨터를 배우는 일본보다 훨씬 적다. 올 9월 공교육에 코딩 수업을 도입한 프랑스는 초등학생에겐 78시간, 중학생에겐 매주 최소 1시간 반 코딩을 가르친다.

이렇게 수업 시수가 적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코딩 교육이 강조하는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쌓기는커녕 기초 코딩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짧은 시간이란 지적이다. 한선관 경인교대 미래연구소장은 “2년간 17시간이란 시수는 실질적인 교육보단 이런 게 있단 걸 소개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조금씩 코딩 기초를 닦아나간 해외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를 활용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컴퓨터실 환경도 수업에 큰 걸림돌이다. 소프트웨어 선도학교인데도 간단한 프로그램을 돌리기 힘들 정도로 낡은 컴퓨터를 보유했거나 보안 등의 이유로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무선 인터넷 시설이 없어 블루투스로 로봇을 조종했다. 로봇이 자꾸 멈추니까 아이들이 시시하다며 수업에 집중하질 못하더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이 컴퓨터실을 돌려쓰니 늘 컴퓨터실이 부족하다”며 “10시간 수업을 하면 1, 2시간만 컴퓨터를 활용하고 대부분의 수업은 컴퓨터 없이 하는 사고력 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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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확보도 비상이다. 지난해 교육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중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이는 4.7%뿐이다. 나머지 교사들은 15시간 안팎의 연수를 받고 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 한 50대 초등학교 교사는 “컴퓨터 문서 작업도 버거운 나이인데 코딩을 가르치라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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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의 경우 정보·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사가 따로 있지만 전국 2934곳 학교에 1217명으로 학교당 0.4명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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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코딩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계에 코딩 교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교육이 도입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로 보고 교육 시간과 예산을 늘려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말한다. 하지만 ‘코딩 교육’이란 표현엔 컴퓨터적 사고능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이를 ‘소프트웨어 교육’이라 부르지만 워드·엑셀 등의 사용법을 가르치던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과 혼동될 여지 등을 감안해 본지는 코딩 교육으로 기재하기로 했다.

김경미·백민경 기자 gaem@joongang.co.kr

한국 6학년 코딩 처음 배울 때 영국 6학년 앱 만든다

한국 6학년 코딩 처음 배울 때 영국 6학년 앱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2016.10.05 02:21   수정 2016.10.05 03:02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

#2022년 영국 런던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열두 살 찰스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을 가장 좋아한다. 이번 학기 주제는 직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만들어 보기. 찰스는 런던 시내 자전거 주차장을 안내하는 앱을 10주째 만들고 있다. 그동안 왜 이 앱을 만들기로 했고 어떻게 다른 앱과 차별화할 계획인지 발표했다. 이번 시간엔 프로그래밍을 한다. 이렇게 직접 앱을 만들 수 있는 건 찰스가 유치원 때인 2015년부터 코딩 교육을 받아와서다. 다섯 살 때부터 매주 한 시간씩 지금까지 250시간이 넘는 코딩 수업을 받았다.

6년 뒤 초등 수업 비교하니
한국 17시간, 영국 250시간
“소프트웨어서 미래 일자리
지금 못 배우면 소외될 우려”

#같은 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철수는 처음으로 코딩을 배운다. 이번 시간엔 간단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을 표현해 볼까요.” 선생님의 설명에 학원에서 코딩을 배워 온 친구들이 “시시하다”며 툴툴거린다. 학원 갈 형편이 안 되는 철수는 이번 학기에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 코딩을 배우는 게 전부다.
두 사례는 가상이다. 본지는 한국 코딩 교육의 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영국의 현 교과과정과 2018년 한국이 도입할 교과과정을 비교해 달라고 정인기 춘천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팀에 의뢰했다. 정 교수는 “찰스가 받는 수업은 우리나라 초·중·고교 여건에선 불가능하고 대학에서나 배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반면 한국 초등학생이 받는 수업은 영국의 유치원 과정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은 세계 교육계의 뜨거운 화두다. 디지털 혁명으로 미래엔 모든 사물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다. 소프트웨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알아야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능력을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딩이 ‘디지털 시대의 언어’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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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코딩 교육에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의 예산 투입을 발표했다. 영국은 2014년 “디지털 혁명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초·중·고교에 코딩 공교육을 도입했다. 김재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도입되는 코딩 교육조차 수업 시수(時數)가 부족하고 시설이 열악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라며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딩을 못 배워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미진·김경미·이창균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