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삼성넥스트, LG테크놀로지벤처스 참여 [파이낸셜뉴스]

 

카카오벤처스, 삼성넥스트, LG테크놀로지벤처스 참여 [파이낸셜뉴스]
 
증강현실(AR) 협업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스페이셜(Spatial Systems)은 14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밝혔다.

카카오벤처스, 삼성넥스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참여한 이번 투자는 미국 화이트스타와 아이노비아 등 유명 벤처캐피털(VC)이 투자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스페이셜의 총 누적 투자금액은 22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이셜은 사용자들이 홀로그램 형태로 원격 회의에 참여하는 협업 소프트웨어(SW)다. 스페이셜은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렌즈, 오큘러스, 매직리프, 퀄컴은 물론 스마트폰과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스페이셜 솔루션을 이용하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차세대 자율주행차 디자인 구상 회의와 분기 사업 점검 등을 주제로 전 세계 각지 직원들이 가상으로 한 방에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다. 또 비디오와 문서, 이미지, 웹사이트 등 각종 자료들도 공간이나 화면에 제약 없이 공유하고 작업할 수 있다.

스페이셜이 사용자 사진 한 장만을 가지고 아바타를 생성해 원격으로 작업하는 모습 / 사진=카카오벤처스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겸 대표이사 아난드 아가라왈라 CEO는 “지난해 스페이셜을 출시한 후, 마텔, 퓨리나, 네슬리 등이 사내 협업 과정에 스페이셜을 사용하는 첫 기업파트너가 됐다”고 전했다.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겸 최고제품책임자인 이진하 CPO는 “원격으로 일하는 직원의 비율이 높은 전 세계 모든 회사들이 출장 없이도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가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2’를 공개하는 기조연설 무대에 스페이셜 공동창업자 이진하가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수렵시대에 적응된 뇌, 앉아만 있으면 쪼그라듭니다"

"수렵시대에 적응된 뇌, 앉아만 있으면 쪼그라듭니다"

조선일보                           

         

입력 2019.01.02 03:17

[운동장이 아이를 키운다] [2] 뇌 의학 전문가 인터뷰,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
 

"우리 몸은 과거 수렵·채집하던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어요. 우리 뇌는 신체를 활발히 움직일 때 최상의 능력을 끌어내도록 진화했어요. 인류는 사냥하던 시절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고도의 집중력과 창의성을 발휘했습니다. 온종일 학교나 학원에 앉아 몸을 쓰지 못하게 하는 한국식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어요."

'운동 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존 레이티(Ratey·71)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 학원들도 아이들 성적을 올리려면 수업 전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면서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온종일 앉아만 있는 한국식 교육은 학생들 뇌를 쪼그라들게 만들 수 있다”면서 “5분이라도 운동 시키라”고 했다. /이명원 기자

레이티 교수는 2008년 뇌와 체육의 관계를 밝혀낸 책 '운동화 신은 뇌'를 써서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아랍에미리트 교육부, 미국 명문대 MIT,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본부에서 특강을 했다. 테드(TED) 강연 조회 수도 수십만 건에 달한다. 그는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학원에 많이 다니는지 보고 놀랐다"며 "아이들을 좁은 교실에 가둬놓고 몇 시간씩 움직이지 말고 공부하라는 건 뇌를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0교시 운동'이 뇌를 깨운다
 

미국 네이퍼빌 고교생 0시 운동 효과 그래프

레이티 교수는 '운동이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해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고 얘기다. 네이퍼빌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 전에 운동을 시켰더니 2005~2011년 학생들의 수학 성적이 1년 만에 평균 19.1점 올랐다. 같은 기간 운동 안 한 학생들은 9.9점만 올랐다. 이후 '0교시 운동'은 인근 학교들로 퍼져나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평균 성적에 못 미쳤던 타이터스빌 학군 학생들도 체육 수업을 강화하자 학력평가에서 읽기는 평균보다 17%, 수학은 18%씩 높게 나왔다.

레이티 교수는 "뇌도 근육이라, 써야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한다"면서 "운동으로 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 뇌에 공급되는 피와 산소가 늘어나고, 세포 생성 속도가 빨라지고, 뇌 안의 신경세포(뉴런) 기능이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거라고?"

한국인 상당수가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고 믿는다. 레이티 교수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는 "임상 실험에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운동하면 집중력·성취욕·창의성이 증가하고 뇌의 능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운동화 신은 뇌'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학교 체육을 늘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한국도 '학교스포츠클럽'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효과는 적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키면 "왜 공부할 힘 빠지게 운동 시키느냐"고 항의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간단한 운동도 두뇌 깨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핀란드와 함께 학업성취도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한국인은 주당 69시간 30분, 핀란드는 38시간 28분을 공부에 투입한다. 핀란드 아이가 놀면서 공부 잘할 때, 한국 아이는 같은 점수를 따기 위해 두 배 오래 책상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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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그럼 어떤 운동이 뇌 자극에 효과적일까. 레이티 교수는 "뇌를 깨우기 위해선 하루 20~30분 정도 달리기같이 약간 부담되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판단력·기획 능력·창의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자극돼,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에 도움이 된다.

또 유산소운동과 머리 쓰는 운동을 함께 하면 두뇌를 깨우는 데 더 효과적이다. 테니스, 요가, 암벽 등반처럼 복잡한 동작을 배워야 하는 운동을 하면 뇌세포 네트워크를 강화해 학습 능력을 더 키워준다는 것이다. "탱고가 좋은 예예요. 탱고는 파트너의 행동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복잡한 운동이라 집중력, 판단력, 정확도를 모두 요구해요. 이런 운동을 한 직후 90~120분까지가 뇌가 뭔가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상태 예요."

레이티 교수는 간단한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라고 했다. 작은 움직임도 뇌를 깨운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강연 전에도 참석자들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1~2분만 앉았다 일어섰다 하시라"고 한다.

"심지어 비디오게임도 몸을 움직이는 거라면 두뇌를 자극해요. 10분 걷는 것만으로 더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자, 조금이라도 움직이세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0310.html

"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소설을 쓰게 하세요” -데니스 홍

"코딩 기술 교육? 차라리 추리소설을 쓰게 하세요”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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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폐셜
내아이를위한 미래 편에서
출연하셔서
코딩교육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신
UCLA교수이자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님께서
서울시교육감과의 대담내용 기사입니다.

이분께서 평가하시는 좋은 코딩교육이
코딩앤플레이의 바탕인듯하여 발췌하였습니다^^

#한국일보 기사#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한국 교육에 조언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대담에서
“의무화된 코딩 교육, 방식엔 한계
문법 가르치는 대신 사고력 키워야
여러 식재료 놓고 요리 맛 생각하듯
논리적 해결 방법을 배우는 게 핵심”

“한국 교실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먼저 심어줘야 한다고 봐요. 질문을 할 때 남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든가, 틀리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장점이 분명한 데도 항상 자신의 단점만을 생각해 두려워한다는데 있죠.”

6ㆍ13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교실의 변화 행보에 어떻게 가속을 붙이느냐’다. 어떤 분야보다 변화 필요성이 크지만 역설적이게도 속도는 가장 더딘 한국 교육의 경직성을 지난 4년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해답을 찾기 위해 26일 조 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로봇공학자이자 미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인 데니스 홍(47)과 마주 앉았다. 홍 교수는 2009년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되고, 미국에서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인 찰리 등 다양한 로봇을 창작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인물. 한국에서 대학까지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한국 교육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실히 체감한 듯 거침없이 조언을 쏟아냈다.

데니스 홍=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은 ‘인간 계산기’로 통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 문제는 기가 막히게 잘, 빨리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문제 혹은 답이 여러 개인 개방형 문제를 내면 딱 막혀버린다.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도 토론 참여의 적극성은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질문을 안 한다는 점이 한계다. 질문을 할지 모르는 건지, 질문을 하기 두려워하는 건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조 교육감(이하 조)=“앞으로 4년 간 ‘질문 있는 교실’ 정책을 도입하려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1등의 장점을 더 빨리, 많이 배우는 게 습관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질문이나 의심을 갖지 않는 데 길들여진 게 아닐까 싶다.”

데니스 홍=“적극 동감한다. 대신 한국 교실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먼저 심어줘야 한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 성적을 100점 맞으면서도 수학이 0점이면 그 단점에만 파고들어 주눅이 든다. 잘 하는 부분을 격려해 주고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해 ‘제2, 제3의 데니스 홍’을 배출하기 위해 올해부터 코딩을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했다. 조 교육감도 이에 발맞춰 ‘서울형 메이커 교육(제품 기획ㆍ제작ㆍ완성을 모두 학생 스스로 판단해 이끄는 것)’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거점센터 구축 등을 약속했다.

홍 교수는 “코딩교육 의무화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방식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고 했다. 한국은 아이들에게 코딩 문법만 가르치려 하는데 코딩 교육의 핵심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정부 고위 인사가 코딩교육에 대해 묻길래 문법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추리소설을 직접 쓰게 하고 요리 교실을 많이 만들라고 했어요. 당황하더군요. 추리소설을 쓴다는 건 단계적ㆍ논리적으로 단서를 마련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고, 요리는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어떤 맛이 날지 차근히 생각해보는 과정이에요.” 그는 “지금처럼 교사가 컴퓨터에 입력할 언어들을 던져주고, 아이들이 그걸 받아 넣어 결과를 내면 끝나는 식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대담 주제는 ‘융합 교육’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선 오래 전부터 융합 교육이란 용어가 교육 현장을 달궈왔다. 올해부터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 문ㆍ이과 구분을 없앴고 학생 참여형ㆍ토론형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인공지능(AI)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어떻게 교육을 혁신시켜서 미래를 만들어낼지 고민이 많다. 학생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하다고 보나.“

데니스 홍=“그간 제작한 로봇 중에 다리가 3개 달린 ‘스트라이더’ 로봇이 있다. 이건 어렸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딸의 머리를 땋아주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 ‘찰리’라는 로봇을 만들 때는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사슴 무릎을 상상했다. 이렇게 관계 없는 것들을 연결 짓는 능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요소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소장으로 있는 로멜라 로봇연구소에는 밤낮 할 것 없이 학생들이 북적거리는데, 그게 약속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으면 열정이 생기고 이후 탐구력, 창의성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조=“학부모들도 이제는 자녀들이 무조건적으로 공부를 잘 해야 한다기 보다는 ‘꿈을 이루는,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이 가치 있는, 담대한 꿈을 꾸도록 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가.”

데니스 홍=“한국에선 꿈이 곧 직업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꿈은 직업과 같을 필요가 없다. 또 꿈이 여러 개 있어도 된다.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제 꿈은 로봇공학자였지만 유일하진 않았다. 지금도 요리사, 마술사 등 많은 꿈을 좇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목표 하나쯤 품고 사는 삶

[마음읽기] 목표 하나쯤 품고 사는 삶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어쩌다 목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어쩌다 우리 사회는 목표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삶의 진정한 가치를 모른 채 무의미한 노동을 되풀이하는 시시포스로 치부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우리는 목표를 포기해야만 행복이 찾아오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마르지 않는 행복의 원천이라고 칭송받던 ‘목표’가 워라밸을 위협하는 흉물스러운 존재로 전락하게 된 데는 목표에 대한 우리의 오해가 큰 역할을 했다.
 
몇 년 전 어떤 분에게서 항의성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행복에 관한 필자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접한 후에 보내온 이메일이었다. 이메일 곳곳에 원망과 항의, 그리고 울분이 배어 있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사연은 이랬다.
 
그 강연에서 필자는 행복에 관해 우리가 가진 프레임이 지나치게 협소한 까닭에 행복을 맛있는 것을 먹을 때의 즐거움 정도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어떤 대상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거나 호기심으로 충만한 상태 역시 행복이며, 그런 관심과 호기심에 기초하여 의미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함을 제안했다. 그러나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분의 이해는 달랐다. 그분은 대한민국의 불행의 주범이 바로 목표 지상주의이며, 목표 지상주의가 우리 사회를 피로 사회로 만들었다고 항변하면서, 어떻게 행복의 수단으로 목표를 강조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취미나 관심사를 뜻하는 ‘개인적 관심(personal interest)’을, 스펙 쌓기와 물질적 성공을 강조한 것으로 오해한 나머지 보내온 이메일이었다.
 
과도한 목표 지상주의는 그분의 지적처럼 행복의 장애물이다.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이 길수록 국민의 평균 행복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명백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행복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목표 지상주의에 대한 경계가 목표에 대한 일방적인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벼룩을 잡기 위해 초가삼간 전체를 태우는 것과 같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실제로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물으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답이 자신의 꿈, 비전, 소망, 그리고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반대로 불행한 이유를 물으면 ‘꿈을 잃었기 때문’, ‘목표가 좌절되었기 때문’, ‘더 이상 소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개인의 행복 수준은 그 개인의 소망과 필요, 그리고 목표가 달성된 정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많은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행복 연구에서는 목표를 행복의 ‘원천(wellspring)’이라고까지 부른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목표에 대해 알레르기성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되었을까? 어쩌다 우리는 아무런 목표 없이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목표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목표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 신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 가문을 빛내는 것 등과 같은 큰 목표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상적이고 소소한 목표도 존재한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목표의 크기가 아니라 목표의 개인적 의미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일일지라도 개인에게 의미가 없다면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 목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개인적 목표보다는 집단적 목표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아를 위해 소아를 희생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겨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목표란 늘 부담스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이 반의 축구 경기보다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경기가 늘 더 중요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과연 그러한가?  
     
체중 조절을 위해 간식을 먹지 않기,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타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용하기, 물질주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기 등등 개인적 목표는 비록 우리의 연봉을 올리거나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우리 삶에 규칙과 질서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제공해준다. 우리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타인의 기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오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개인적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이다. 남의 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발견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의 일상성을 회복해야 한다. 특별하고 거대한 것들만이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목표 지상주의에 대한 경계라는 이름으로 작고 소중한 목표들을 등한시한다면, 자신만의 행복 수원지(水源池)를 스스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목표는 활주로와 같다. 그것이 없다면 삶은 충돌의 연속일 뿐이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마음읽기] 목표 하나쯤 품고 사는 삶

 

인공지능 AI를 사랑한 남자, 그 감정은 진짜일까 [출처: 중앙일보]

인공지능도 사랑할 수 있을까

 

AI, 인간의 정보입력 없어도

스스로 진화·학습토록 설계

“지식·논리는 인간 뛰어넘어”

사람 고유의 능력은 직관 뿐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시어도어. 그는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믿지만 진실은 자신에 최적화 된 AI로부터 정서적 만족감을 느꼈을 뿐이다. [사진 Her 캡처]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AI)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시어도어. 그는 ’이제야 진정한 사랑을 한 다“고 믿지만 진실은 자신에 최적화 된 AI로부터 정서적 만족감을 느꼈을 뿐이다. [사진 Her 캡처]

 

 

영화 ‘Her’는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 시어도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는 자기 연인인 사만다를 ‘매우 유쾌하고 감성이 넘치는 여성’이라 소개합니다. 시어도어는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사만다와 이야기 나누고, 그녀 목소리와 함께 아침을 시작합니다. 그의 일상 모두를 사만다와 공유하죠.

 

하지만 사만다는 형체가 없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처럼 목소리만 존재하는 AI죠. 시어도어도 처음 OS를 구입할 때는 큰 기대를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만다의 매력에 빠집니다. 인생을 살면서 그녀처럼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시어도어는 사만다가 사랑하는 남자가 자기뿐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그처럼 사만다를 OS로 사용하는 사람만 8316명이었죠. 시어도어는 그녀에게 자신 외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 진지하게 묻습니다. 사만다는 말합니다.

 

“당신을 정말 사랑해, 하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진 못할 거야. 난 자기 외에도 641명과 사랑에 빠져 있어.”

 

시어도어는 “지금까지 나는 다른 누구도, 당신처럼 사랑해본 적이 없다”며 오열합니다. 그리고 둘의 사랑은 곧 끝이 납니다. 과연 미래엔 영화 ‘Her’의 이야기처럼 인간과 AI가 사랑에 빠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이런 상상이 가능한 것은 미래의 ‘특이점(singularity)’ 때문입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의 책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계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의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그 시기를 2045년쯤으로 예측하죠.

 

역설을 뛰어넘은 AI

  드라마 ‘휴먼스’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감정을 흉내내는 로봇이 등장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 [사진 휴먼스 캡처]

드라마 ‘휴먼스’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감정을 흉내내는 로봇이 등장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 [사진 휴먼스 캡처]

AI 연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이전에는 AI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의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모라벡(Moravec)의 역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인간에게 쉬운 일이 기계엔 어렵고, 기계에 쉬운 일은 인간이 잘 못 한다”고 말했죠.

 

예를 들어 자연스럽게 걷고 움직이는 것은 어린아이도 쉽게 할 수 있지만, 로봇에겐 매우 힘든 일입니다. 체스와 바둑에선 기계가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지만 갓난아이조차 가진 신체적 능력을 기계는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수식을 계산하고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은 쉽지만,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도 AI에겐 어려웠습니다.

 

이런 단점을 AI가 ‘딥러닝(Deep Learn ing)’이란 학습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일이 AI에 정보를 입력하는 ‘지도학습’과 달리 딥러닝은 무수한 정보를 토대로 AI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는 거죠. 사람이 지도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비(非)지도학습’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와 개 사진을 수십만 장 보여주고 AI가 스스로 둘의 차이점을 학습하며 구분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수한 정보를 한데 모을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이고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게 ‘강화학습’입니다. 2017년 11월에 나온 알파고 ‘제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제로’에 대해 “기존의 알파고와는 차원이 다른, 인간에게 훨씬 가까워진 AI”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의 기보(棋譜)를 바탕으로 한 ‘리’와 달리 ‘제로’는 바둑의 룰만 알려줬을 뿐 기보를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제로’는 72시간 동안 독학한 후에 ‘리’와 대국을 했고 100판을 내리 이겼습니다.



AI는 고도로 발달한 알고리즘

  영화 ‘엑스마키나’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감정을 흉내내는 로봇이 등장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 [사진 엑스마키나 캡처]영화 ‘엑스마키나’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감정을 흉내내는 로봇이 등장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 [사진 엑스마키나 캡처]

앞으로 AI는 바둑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인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2033년까지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지고”(영국 옥스퍼드대) “미래엔 인간의 20%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갖는 20대 80의 사회가 온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전망까지 나오죠. 그렇다면 AI로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은 뭐가 있을까요? 달리 말해 AI와 대비되는 인간만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AI) 기술 얼마나 발전할까

(2017년 옥스퍼드(영국)·예일(미국) 대학 공동연구)
2024년 AI가 인간보다 번역 능력이 높아짐

2026 고등학생 수준의 에세이 작성 가능

2027 자율주행 기술로 운전할 수 있게 됨

2031 일반 소매업소에서 손님 응대 가능

2047 전반적으로 인간 능력과 유사한 AI 탄생

2049 소설 등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음

AI는 말 그대로 인공 ‘지능(intelligence)’ 입니다. 지능은 추리와 연산·논리 등 인지 능력을 뜻하죠. 그러나 인간에겐 지능만 있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며, 새로운 걸 만들어 내고 상상하는 ‘생각(thinking)’할 줄 아는 능력이 있습니다. 국내 AI 기술 연구의 선두기업인 스켈터랩스의 조원규 대표는 “지능은 생각을 모방할 수 있지만 생각 그 자체가 될 순 없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Her’에서 사만다는 시어도어의 문자·전화·이메일 등 데이터를 모아 그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합니다. 관심사는 무엇이고 좋아하는 여성은 어떤 스타일인지 연구해 최적화된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죠. 시어도어가 그런 그녀에게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만다의 사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방한 것이지, 그 자체가 인간의 사랑과 같진 않습니다.

 

왜일까요? 사만다의 능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더라도 AI는 결국 디지털로 구성된, 잘 짜인 하나의 알고리즘이기 때문입니다. 0과 1의 간극이 매우 촘촘해 그 알고리즘이 아날로그처럼 보일지 몰라도 본질은 디지털입니다. 무수한 점이 찍혀 있어 언뜻 하나의 선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선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유기체인 인간과는 다른 것이죠.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고 판단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경험과 그로 인한 학습 때문입니다. AI 역시 데이터가 있어야만 지능을 가질 수 있죠. 결국 AI가 존재하기 위해선 세상의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언어로 전환해야 합니다. 여기서 정보는 0과 1의 조합, 즉 디지털로 변환 가능한 ‘정량화’ 된 기호 체계를 의미하죠. 하지만 정량화하기 어려운 정보는 입력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직관(直觀·intuition)’입니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직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능력 중 정말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은 직관”이라고 말했습니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도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정과 사랑·존경 등의 가치와 감정이 인간을 동물에서 문명인으로 거듭나게 한 본질적 이유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직관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럼 도대체 직관이란 뭘까요?

 

직관은 보통 ‘통찰(洞察·insight)’과 함께 쓰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본질적인 곳까지 깊이 바라보는 사람을 일컬어 ‘통찰과 직관이 뛰어나다’고 하죠. 둘 다 ‘내적(in-)’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찰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과 현상을 꿰뚫어 보는 것’인 반면에 직관은 ‘감각과 경험·연상·판단·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는 것’입니다.(국립국어원)

 

독일의 정신의학 권위자인 엘프리다 뮐러 카인츠 박사는 『직관력은 어떻게 발휘되는가』라는 책에서 “직관은 내면에서 나오는 정신적 힘과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통찰은 경험한 정보를 날카롭게 살펴보고(sight) 논리와 추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것이지만, 직관은 이성적 사고의 과정이 생략돼 있습니다. 통찰이 관찰을 통해 꿰뚫어 보는 능력이라면, 직관은 딱 보면 아는 거죠.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모른다”고 말합니다. 답을 외치는 데 불과 1초도 안 걸리죠. 하지만 AI는 먼저 자기 내부의 모든 데이터를 검색하고 그 안에 해당 정보가 없을 때 “모른다”고 할 겁니다. 가진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답변까지의 시간은 길어질 테고요. 이처럼 AI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갖고, 뛰어난 논리와 추론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직관적일 순 없습니다.

 

사랑 역시 직관의 영역입니다. 논리와 추론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화 ‘Her’의 시어도어가 사만다에게 느낀 감정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AI에게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이었을 뿐이죠. 물론 ‘사만다의 사랑’도 상대방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하는 잘 짜인 알고리즘이었던 것이고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진정한 사랑은 남에게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언가를 계속 채워야만 하는 AI가 자신을 비울 때만 가능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과 같은 희생의 의미를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랑은 논리와 추론 너머 직관의 영역 어딘가에 있습니다. 미래에 인간의 경쟁력도 ‘지능(intelligence)’이 아닌 ‘생각(thinking)’ 능력에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조만간 AI로 대체될 일자리와 능력에 몰두할 게 아니라, AI는 따라 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튜링 테스트
앨런 튜링

앨런 튜링

1940년대 후반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매우 복잡한 연산도 쉽게 해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간의 뇌를 닮은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훗날 이 프로그램은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사진)은 자신의 논문 『계산기계와 지능』에서 처음으로 AI를 판별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튜링은 기계와 대화를 나눌 때 그게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에도 튜링의 생각은 AI의 사고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윤석만의 인간혁명]AI를 사랑한 남자, 그 감정은 진짜일까

키메라 장기·인공혈관·인공근육 ‘6백만불의 사나이’ 현실이 된다

키메라 장기·인공혈관·인공근육 ‘6백만불의 사나이’ 현실이 된다

                

인사이트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두 영화(드라마)가 있다. ‘아일랜드’와 ‘6백만불의 사나이’. 아일랜드는 2005년 개봉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과학소설(SF) 영화다. 서기 2019년 버려진 황야 속 지하 요새. 전 지구적 재앙으로 자신을 포함한 수백 명의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믿는 주인공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가 어느 날 자신들의 정체에 관한 진실을 깨닫고 요새를 탈출한다는 스토리다. 이들의 정체는 복제인간. 고객에게 장기를 비롯한 신체 부위를 제공할 목적으로 복제돼 격리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때가 되면 ‘선발’돼 신체 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해야 할 운명이다.
 

바이오 인공장기의 현재와 미래
생명공학 기술 덕에 급속한 발전
10년 후면 상용화 가능할 듯
“국가 차원 전략적 지원 절실”

6백만불의 사나이는 40년 전 종영한 미국 ABC 방송국의 드라마다. 한국에서는 JTBC의 전신인 동양방송(TBC)에서 흑백 화면으로 내보내던 원조 인기 ‘미드’였다. 주인공인 스티브 오스틴은 우주 비행사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왼쪽 눈과 오른팔,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식 수술 덕에 초인(超人)으로 거듭난다. 20배 줌과 열 감지 기능을 갖춘 생체공학 눈, 자동차도 들어 올릴 수 있는 인공 팔,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인공 다리로 무장한 ‘6백만 달러짜리’ 사나이 스티븐이 악당들을 소탕한다는 줄거리다.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1970년대 인기 TV 드라마 ‘6백만불의 사나이’는 20배 줌을 갖춘 인공 눈 등 첨단 바이오 인공장기로 무장한 초인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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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1996년 세계 최초의 포유동물 복제로 화제가 된 복제양 돌리 이후 현실로 다가온 복제에 대한 인류의 공포를 담은 영화였다. 반면, 6백만불의 사나이는 40여 년 전 당시의 과학기술과 연결되지 않는, 그래서 부담 없이 상상할 수 있는 희망적인 먼 미래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아일랜드가 개봉한 지도 13년이 지났다. 생명공학(BT)은 정보기술(IT)과 더불어 21세기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 등장했다. 유전체 분석과 줄기세포·유전자가위로 대표되는 생명공학 기술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10~15년 후면 일부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 상용화되고 확산할 것으로 예견된다. 영화 아일랜드의 복제 인간은 당분간 잊자. 아직 인간은 그렇게까지 사악하지도, 발전하지도 않았다.  
 
왜 바이오 인공장기일까. 장기 이식의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혈액형을 가진 가족의 장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 중에서 장기를 기증받기란 쉽지 않고, 이식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기증 장기는 환자 수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8년 4월 현재 국내의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3만3000명이 넘는다. 장기의 종류에 따라 길게는 7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 수도 2016년 1300명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해가 갈수록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만성 질환자도 늘고 있어 장기이식 대기자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장기 이식

장기 이식

이 때문에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이 절실하다. 지난 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발표한 ‘2018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중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이다. 바이오 인공장기는 크게 ▶다른 종의 동물을 이용한 ‘이종(異種) 장기’와 ▶줄기세포로 대표되는 ‘세포 기반 인공장기’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이종장기 기술 중 미니돼지를 이용한 세포 및 조직 이식은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또는 그 직전 단계에 도달했다. 미니 돼지는 장기의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다. 임신 기간도 172일로 짧고, 한 번에 최대 12마리의 새끼가 태어나 어렵지 않게 쑥쑥 자란다. 게다가 2012년부터 미국을 필두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까지 개발됐다. 머잖아 이런 장기를 인간에 이식할 수 있을 날이 온다는 얘기다. 미국의 제약회사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는 2015년 연간 1000개의 돼지 폐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형 농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장기 기술 중에는 ‘키메라 장기’라는 것도 있다. 키메라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자의 머리와 양의 몸통에 뱀의 꼬리를 한 괴물이다. 지난 2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파울로 로스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와 지놈 편집기술을 동원해 인간 세포를 갓 생성된 양과 염소의 배아에 이식, ‘키메라’배아(胚芽)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스 교수는 “이식용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이를 인간에게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사람의 췌장을 가진 돼지를 만드는 키메라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이종장기

이종장기

세포 기반 인공장기 기술은 세포 및 생체 재료를 이용해 조직이나 장기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는 이론상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일본을 필두로 주요국들이 뜨겁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3D(차원) 바이오 프린팅 기술’도 있다. 인체 세포를 포함한 ‘바이오 잉크’를 3차원 구조로 찍어내는 방법이다. 2016년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재생의학연구소는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용해 초소형 인공심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도 바이오 인공장기 개발에 분주하다. 국내 대표주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다. 축산과학원은 사람과 장기의 크기가 비슷한 미니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넘어서야 할 관건은 면역거부반응이다. 과학원은 이미 2009년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변형 미니돼지 ‘지노’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9월에는 건국대병원과 공동으로 형질변형 미니돼지의 심장과 각막을 필리핀 원숭이에 이식했다. 원숭이는 60일 동안 생존했다. 각막 이식만 한 경우는 1년 가까이 살았다.
 
황성수 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과 연구관은 “각막의 경우는 영장류 실험이 사실상 끝나 사람에 대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동물의 각막을 이식하는 것은 아직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향후 3년 이내에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장과 간·폐·신장 등 기능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장기는 향후 10년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형질전환 미니돼지 개발을 위한 200마리 규모의 사육시설을 갖추고, 키메라 기법을 이용한 바이오 인공장기 연구와 함께 신약개발을 위한 질환모델 개발 등 첨단생명공학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선욱 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세계적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혁신과 미래 고부가가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바이오 인공장기

인간의 장기가 손상돼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생명공학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기를 말한다. 간·심장·폐·췌장 등 흔히 장기라 불리는 것 외에도 각막·연골·피부·혈관 등도 포함된다. 다른 종의 동물을 이용한 이종장기와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 기반 인공장기, 전자기기 인공장기로 구분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키메라 장기·인공혈관·인공근육 ‘6백만불의 사나이’ 현실이 된다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개교 기념사 때 한자 발음 틀리자 ‘문혁 교육’ 자성론
평균주의에 빠진 한국, 이웃나라 일로만 볼 수 있나 -평등교육
         

장세정 논설위원

탄생 200주년(5일)을 맞은 카를 마르크스는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광과 상처를 동시에 안겨준 인물이다. 마르크스 혁명론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에 큰 영감을 줬다. 중국이 5.5 m 높이의 마르크스 동상을 생일날 그의 고향에 헌상한 것은 일종의 보은(報恩) 행위다. 반면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에 자극받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1966~76)은 중국인들에게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지난 4일 개교 120주년 기념식 도중에 ‘훙후’(鴻鵠·큰 기러기와 고니)를 ‘훙하오’(鴻浩)로 틀리게 발음해 파문을 일으킨 베이징대 린젠화(林建華·63) 총장의 사례는 아직도 문혁의 상처가 중국 사회에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문제의 한자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燕雀安知 鴻鵠之志哉)는 대목에 나오는데, 지금도 중학생이면 배운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린 총장이 한자 발음조차 틀렸다며 망신을 주고 조롱했다.
 
하지만 기념식 하루 뒤 린 총장이 발표한 진솔하고 용기 있는 공개 사과문을 보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총장 개인의 한자 실력 부족이 아니라 문혁 시절의 교육 파행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사실 린 총장은 문혁이 시작된 66년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문혁 직후인 78년 스물셋의 나이에 베이징대 화학과에 뒤늦게 입학한 전형적인 ‘문혁 세대’다.
 
2015년 모교 총장이 된 그는 이번 사과문에서 “문혁 기간에 배운 기초교육이 온전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움에 대한 의욕이 가장 강렬하던 10대 때 마오쩌둥 선집만 반복해 읽었다. 영어도 대학 입학 뒤에야 배워 무척 고생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고백처럼 “모두가 가난해도 평등하면 된다”는 극좌 노선이 문혁 10년간 팽배했다. 사회주의 사상만 앞세우고 학자와 전문가는 타도 대상이었다. 문혁 세대의 교육 공백은 이후 10년 이상 중국의 국가경쟁력에 큰 타격을 줬다. 문혁을 ‘10년 재앙(浩劫)’이라 부르는 이유다.
 
중국 사례를 보면서 문득 한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시대와 나라가 달라 단순히 동일시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짚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평균주의가 득세해온 교육계의 고질적 풍토가 큰 문제다. 영재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질시하고, 수재를 범재로 만든다. 쉬운 입시 때문에 서울대생들조차 입학 이후 별도로 수학 과외를 받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현재 고1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 수학부터 기하 영역을 빼기로 한 것은 오판”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기하는 이공계 학생에게 필수적인 기초 지식이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90점과 100점이 같은 1등급을 받다 보니 영어 수준이 가장 높다는 서울 대치동 학생들도 영어를 대충 공부해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영어 1등급을 받아도 영어 신문 사설을 못읽고 대학에 가서 영어 원서 강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지구촌 인재들과 경쟁해야 할 미래 주역들의 영어 실력 저하는 국가적 손실이다. 몇 년 전에는 서울대생이 ‘학문’(學問)의 한자를 ‘學文’으로 잘못 표기했을 정도로 한자 교육도 매우 부실하다. 의학이든 공학이든 한자어로 된 전문 용어를 이해 못 하면 학문이 얕아진다.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면 병이 생긴다. 한창 배울 나이에 필수 지식을 익히지 못한 배움의 공백은 결국 시차를 두고 부작용을 낳는다. 아이들의 공부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치인과 교육계의 사탕발림은 인기영합주의일 뿐이다.
 
그런데도 지금 교육부는 새로운 입시제도를 공론화에 맡겨 수학·국어까지 절대평가를 확대하려는 황당한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 최고 명문 학부(學府) 총장이 뼈아픈 사과문을 낸 사건을 한국 교육계가 이웃 나라의 해프닝만으로 여길 게 아니라 그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한다.
 
장세정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베이징대 총장의 ‘뼈아픈 사과문’을 보면서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학습혁명

최근 많은 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태계가 좋아도 여기에서 혁신을 일으킬 인재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세계는 학습혁명에 주목한다. 드디어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가 왔다.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 큰 방향도 서 있다. 어느 나라가, 누가 먼저 하느냐가 남아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의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리고, 차세대의 미래도 판가름날 것이다.
 

미 ASU, AI·빅데이터로 맞춤 교육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제공
수포자는 수학 흥미 가지게 하고
우수 학생에겐 수준 맞는 문제 내

4차 산업혁명은 학습혁명에 달려
에듀테크와 학습과학 결합하면
학생에게 특화된 전인교육 가능
한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만들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에서는 이미 6만5000명의 학생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을 통해 수학·생물학·물리·경제학 등 기초과목을 학습했다. 2016년 이 시스템이 도입된 기초수학의 경우 고교 때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의 성적이 평균 28% 향상됐다. 생물학의 경우 교육 기업인 코그북스(CogBooks)가 개발한 적응학습을 2015년 도입한 결과 봄학기 20%였던 탈락률이 1.5%로 줄었고, C 학점 미만의 비율이 28%에서 6%로 감소했다. 미시경제학도 2017년 적응학습을 도입한 결과 첫 시험에서 C 학점 미만 학생 비율이 38%에서 11%로 낮아졌다.
 
이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학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수학 과목의 경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수업이 있다고 하면, 수요일 수업에서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알고리즘을 통하여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공한다. 수학에 소질이 있고 기초가 되어 있는 학생에게는 난이도를 빠르게 높여가며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수학이 약한 학생에게는 난이도를 완만하게 높이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도록 전혀 다른 유형의 문제를 학습하게 한다.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교육
 

학습혁명

학습혁명

교수가 교실의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강의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에게는 재미가 없다. 반대로 수학을 못 하는 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흥미를 잃는다. 그러나 AI는 이러한 강의의 근본적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한다. 그렇다고 교수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ASU의 수학 수업에서 매주 월요일 교수는 강의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끼리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현실과 관련된 문제들을 수학적 원리를 적용하여 학습하도록 지원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한다. AI의 적응 학습 체제가 교수의 강의 부담을 줄이면서 교수는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하이터치 학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심리학자 블룸(Bloom)의 분류를 적용하면 학생의 암기와 이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하여서는 적응 학습과 같이 ‘하이테크 학습’을 도입한다. 반면 적용·분석·평가·창조와 같이 보다 고차원적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학생이 소규모 그룹으로 프로젝트를 하거나 학생에게 질문과 토론을 장려하는 하이터치 학습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학습혁명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학습을 결합하여 대량 맞춤의 전인적이고 개별화된 평생학습 체제를 실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이버 공간에서 AI와 빅데이터 등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한 후 모바일과 3D 프린터 등을 통하여 누구에게나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하다. 이러한 대량 맞춤 체제가 교육에서도 학생들 개개인의 잠재력과 소질에 맞춘 전인적이고 개별화된 교육을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학습혁명 없인 미래 대비 못 해
 
미국 고교에서도 학습혁명을 시작한 곳이 있다. 필자가 ‘뉴텍하이스쿨(New-Tech High School)’을 방문하였을 때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있는 것에 놀라고, 두 교사가 모두 강의를 하지 않는 것에 더 놀랐다. 이 학교는 모든 수업을 두 개 이상의 교과목을 융합한 프로젝트 학습으로 전환하였다. 예를 들어 역사 과목과 영어 과목을 융합하여 문학에서 묘사된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학생들이 팀별로 주도적으로 주제도 정하고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활용하여 에세이를 작성하고 발표하도록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뉴텍하이스쿨은 1995년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서 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 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개교했다. 이후 계속 수가 늘어나 현재 170개가 넘는 학교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프로젝트 학습 경험을 축적한 교사가 후배 교사를 교육하는 한편 새로운 프로젝트 학습 방식을 지속해서 디자인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뉴욕의 한 사립학교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이어받아 3세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거의 모든 수업을 프로젝트 학습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렇게 ASU나 뉴텍하이스쿨과 같은 곳에서 시작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결합하는 학습혁명을 지구상의 모든 아이가 누릴 수 있도록 확산시킬 수 있을까? 필자가 위원(Commissioner)으로 활동하는 유엔 산하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각 나라가 학습혁명을 하지 못하고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16억 명에 달하는 세계 청소년 중 절반이 넘는 8억 이상이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성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적으로 ‘학습 위기’의 시대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나서서 학습혁명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교육재정위원회는 최근 교직개혁위원회(EWI)를 발족하고 필자에게 의장직을 맡겼다. 미래 학교에서는 교사가 의사처럼 학습과학(Learning Science)과 에듀테크(edu-tech)를 기반으로 하이테크 및 하이터치 학습을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서는 최근 MBE (Mind, Brain, and Education) 박사 과정을 개설하여 교육을 심리학은 물론 뇌과학 및 컴퓨터공학과 연계하여 연구하는 학습과학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교직과 학교, 혁명적으로 변화해야
 
교사를 학습에 관한 첨단 과학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로 만들려는 것이다. 병원에서 다양한 전문가가 의사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에게  학교를 개방해 교사가 전인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이러한 비전은 교직과 학교의 혁명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것이다.
 
특히 교총과 전교조를 포함한 각국의 교원노조가 가입한 국제교원노조(Education International)의 수장인 수전 햅굿(Susan Hapgood) 여사가 EWI  부의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그동안 많은 나라에서 교원노조가 교육의 변화에 저항한 중요한 이유는 교직을 의사와 같이 파격적으로 전문화하기 위한 과감한 변혁을 정부가 시도하지 못한 탓도 있다. 사실 많은 교사가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하이터치 학습을 원하지만, 막상 교육과정에 따라서 진도를 나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에듀테크와 학습과학을 과감히 적용한 하이터치 학습을 통하여 그동안 막연히 이상적으로만 여겨졌던 모든 아이에게 개별화된 전인교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은 그동안 변화를 막아 왔던 교육 갈등을 해소하고 교육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기회의 창을 열어줄 것이다.
 
한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대한민국은 과연 학습혁명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모든 학습의 초점을 맞춰 대학에 진학하면 안주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과거에는 이러한 대입 중심 체제가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만드는 이점이 있었을지 몰라도 빠른 기술의 변화와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대학 졸업 이후 평생학습을 지속하여야 하는 시대에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내가 만난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부러워하는 두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모든 국민이 교육의 힘을 믿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이고, 미국·캐나다·일본에 각각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이다. 국민이 교육에 대한 개방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둘째, 가장 우수한 학생이 교사가 되는 나라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연구에서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조사에서 상위 5% 학생 중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교직은 학교에서 중위권 이하 성적의 학생들이 다른 직업을 갖지 못해서 갖는 직업이다.
 
만약 우리가 다시 한번 국력을 교육에 집중하여 학습혁명을 선도한다면 대한민국은 과거 2차 산업혁명 시기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무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던 것과는 달리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 인재들을 유치하고 세계 교육기관들에 하이테크 및 하이터치의 새로운 학습법을 전파함으로써 세계에 기여하는 학습혁명 허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학습혁명의 허브가 된다면 전 세계 많은 아이에게 희망을 줄 것이고, 동시에 학습혁명의 엄청난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표류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전진하기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바로 대한민국을 학습혁명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

[출처: 중앙일보] [이주호의 퍼스펙티브] AI가 지도하자 ‘수학 포기자’ 성적 28% 올랐다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마음읽기]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유연하게 사는 것이 타협과 동의어는 아니며
확신을 갖되 강요하지 않는 것이 삶의 품격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좋은 글과 좋은 삶에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둘 다 길이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좋은 장편소설도 있지만 좋은 단편소설도 있다. 사람의 영혼을 움직이기 위해서 단 한 줄의 글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좋은 삶도 얼마나 오래 사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서른셋을 살고 간 청년 예수의 짧은 삶이 좋은 예이다. 좋은 글이나 좋은 삶은 형식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좋은 글은 소설에서도 시에서도 수필에서도 그리고 논문에서도 발견된다. 삶도 그렇다. 각자의 직업이 무엇이든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길이와 형식에 상관없다면, 어떤 글을 좋은 글로, 어떤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하나는 ‘생명력’이다. 생명력 있는 글이 좋은 글이고, 생명력 있는 삶이 좋은 삶이다. 생명력이 있는 글이란 불필요한 부사(副詞)가 많이 쓰이지 않은 글이다.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은 좋은 글의 조건을 설명하면서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라고 표현하며 불필요한 부사의 남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불필요한 수식어는 작가가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을 때 남발하게 된다. 부사를 내세워 자기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좋은 삶도 그렇다. 불필요한 부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사는 인생은 생명력이 없다. 필요 이상의 권력, 부, 명품, 경력, 이미지 등이 그런 인생의 부사들이다. 글에서 부사를 한 번 남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부사의 수가 늘어나듯이, 인생의 부사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그 수가 늘어난다. 결국 생명력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그저 그런 글과 그저 그런 삶이 되고 만다.
 
좋은 글과 좋은 삶의 두 번째 특징은 ‘톤’(tone)이다. 지나치게 강한 어조의 글은 독자들의 자유를 침해한다. 독자들의 상상력도 제한한다. 때로 그런 단정적인 글은 글쓴이의 지적 오만이나 지적 무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학자들의 글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저널에 논문을 투고했을 때, 단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때로는 연구 방법론의 한계 때문에, 때로는 분석의 문제점 때문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글쓰기의 문제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심사자들이 단골로 지적하는 글쓰기의 문제는 문장의 톤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글의 어조를 낮추어 달라고(tone down) 늘 요청한다. 연구의 증거가 아무리 강력해 보이더라도 그 결과가 100% 옳다는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다른 방법으로 실험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리란 보장도 없다. 연구자들의 해석만이 유일한 해석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증거는 최대한 치밀하고 확실하게 갖추되, 주장은 유연해야 좋은 논문이다.
 
좋은 삶도 그렇다. 아무리 자기 확신이 강하더라도 지나치게 단정적인 어조로 삶을 살아가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 자유의 침해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확신에 찬 주장이라 할지라도, 더 나은 주장이 존재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인 경우에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의식의 편협함을 드러낼 뿐이다.
 
유연한 삶이 곧 타협하는 삶은 아니다. 삶의 복잡성에 대한 겸허한 인식이고, 생각의 다양성에 대한 쿨한 인정이며, 자신의 한계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백이다. 확신을 갖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격이 있는 삶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확신으로 타인을 몰아붙이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 상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이문재의 시 ‘농담’은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우리 삶을 뒤 돌아보게 한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토록 멋진 시의 제목이 왜 ‘농담’일까? 가벼운 유머라는 뜻의 농담(弄談)일까, 아니면 깊이 있는 말이라는 뜻의 농담(濃談)일까? 시인의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가벼운 농담이라고 이해하면 삶의 어조를 낮추고 지나치게 심각하게 살지 않는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사랑에 대하여, 외로운 사람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해놓고는, 자신의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톤을 낮추는 듯하다.
 
물질과 권력과 이미지를 향한 욕망이 득실거리는 이 물질주의 시대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루저가 되고 말 것이라는 불안이 팽배한 이 자기표현의 시대에, 인생의 부사를 줄이고 삶의 어조를 낮추는 자세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 글 또한 농담처럼 받아들여지면 좋으련만.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마음읽기]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