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6년 06월
졸업 축사 모음
[똑똑한 금요일] “인간과 연결을 기억하라” “완벽한 인생계획 찢어버려라”
[중앙일보]입력 2016.06.24 01:46수정 2016.06.24 03:45 | 종합 20면 지면보기
졸업 연설은 마침 행사가 아니다. 졸업 연설은 업(業)을 시작하는 의식이다. 졸업 연설을 뜻하는 영어 ‘commencement speech’에서 ‘commencement’는 졸업식이라는 뜻 외에 사전적으로 ‘시작’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그래서 졸업연설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격려하면서도 삶의 엄혹한 현실을 가르치는 메시지를 담는다. 졸업 연설을 대학생활의 진정한 ‘마지막 수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마지막 수업’ 미국 대학졸업 연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눈맞춤을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는 연설을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을 찾으라. 그냥 눈을 마주쳐 봐라.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사교적 불편함이 섞인,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다. 나는 여러분이 인간과 연결됐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인간과의 연결을 많이 가졌길 바란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음 세대가 올라설 기반인 세대가 되는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실제 미래는 여러분이 결정한다. 그게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이길 바란다.”
잘 모르는 사람을 찾으라. 그냥 눈을 마주쳐 봐라. 바로 그거다. 여러분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약간의 사교적 불편함이 섞인, 우리가 공유하는 인간성이다. 나는 여러분이 인간과 연결됐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지난 4년 동안 인간과의 연결을 많이 가졌길 바란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여러분은 다음 세대가 올라설 기반인 세대가 되는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여러 가지 미래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실제 미래는 여러분이 결정한다. 그게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미래이길 바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AP=뉴시스]
스필버그가 던진 메시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로 전파됐다. 말의 울림은 컸다.명사들의 졸업식 축사는 연설문화가 자리 잡은 미국 사회에서 ‘시대의 메아리’로 읽힌다. 올해도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많은 명사가 새 출발을 앞둔 젊은이들을 향한 격려와 충고·조언을 했다.
허장 / 하버드대 졸업생(중국인 최초 졸업 연설)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졸업 연사로 나선 사람은 스필버그만이 아니었다. 28세의 아시아 유학생이 단상에 올랐다. 중국인 유학생 허장(何江)이다. 그는 이번 졸업식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졸업 연설은 졸업생 2000명 중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허장은 하버드대에서 졸업 연설을 한 첫 중국인이 됐다.후난(湖南)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인 허장은 “하버드는 우리에게 큰 꿈을 꾸고 감히 세상을 바꾸라고 가르쳤다. 졸업생은 자신을 기다리는 모험의 거대한 종착지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나는 고향 마을의 농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사회가 혁신을 강조하지만 지식의 나눔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보다 나은 전달자(communicator)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지식 나눔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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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졸업식을 빛낸 ‘지혜의 말’은 때로는 질책이고 때로는 격려가 된다. 그 채찍질을 나침반 삼아 세계의 청년들은 미지의 세상으로 나선다. 올해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울려 퍼진 졸업식 축사를 정리했다.
자신을 믿고 행동하라.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예일대)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예일대 졸업식)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심지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듣기 좋은 여론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의 스크린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할 때, 심지어 검색을 할 때도 그 결과는 이전 검색 히스토리나 위치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듣기 좋은 여론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편향성을 거스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수 있다. 휴대전화·노트북의 스크린 너머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라.”
■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스펠맨대)
작은 발걸음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경제를 통해 경기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 법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찾아라.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라.”
작은 발걸음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다. 이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 과학을 통해 우리의 세계를 넓히고, 경제를 통해 경기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 법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찾아라.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라.”
■미셸 오바마 영부인(잭슨 주립대)
미국 사회는 많은 부분 진보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흔적, 불평등한 교육, 불평등한 사법체계가 여전히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화된 차별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손을 들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숨을 깊게 쉰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고 말할 것인가?”
미국 사회는 많은 부분 진보했다. 하지만 잘못된 역사의 흔적, 불평등한 교육, 불평등한 사법체계가 여전히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구조화된 차별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며 손을 들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고, 숨을 깊게 쉰 뒤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고 말할 것인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바꿔라
■폴 라이언 하원의장(카타즈대)
폴 라이언 하원의장(카타즈대 졸업식)
완벽한 인생 계획 따위는 종이 분쇄기로 던져 버려라. 여러분은 영원히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직업을 얻어도 그게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일도 기회로 변할 수 있다.”
완벽한 인생 계획 따위는 종이 분쇄기로 던져 버려라. 여러분은 영원히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원하는 직업을 얻어도 그게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바라던 직업을 얻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 재앙처럼 보이는 일도 기회로 변할 수 있다.”
■러셀 윌슨 미식축구선수(위스콘신 메디슨대)
인생에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순간의 아픔이 덜하진 않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픔 속에서 영원히 살 필요가 없다. 긴 안목을 가지고 항상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라. ‘안 돼(No)’가 ‘돼(Yes)’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거다.”
인생에서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이땐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순간의 아픔이 덜하진 않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픔 속에서 영원히 살 필요가 없다. 긴 안목을 가지고 항상 준비하고, 능력을 키워라. ‘안 돼(No)’가 ‘돼(Yes)’로 바뀌는 순간이 있을 거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충격을 극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근육과 같은 것이어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남편이 사망한 뒤 ‘짙은 안개’와 같은 비탄을 느껴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하고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어려웠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내면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충격을 극복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근육과 같은 것이어서 키워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남편이 사망한 뒤 ‘짙은 안개’와 같은 비탄을 느껴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하고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어려웠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맡았을 때 내면에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기 바란다.”
자신에게 투자하라.
■행크 아자리아 배우(터프츠대)
스스로에게 솔직하라.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겁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당신의 ‘직관’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처할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라. 무엇을 싫어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이 나를 화나게 하고 겁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영감을 주고 기쁘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당신의 ‘직관’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것은 자신이 처할 위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부 장관(스크립스대)
편안하게 해주는 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라. 친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 토의를 시작하기 위해 의견을 밝혀야지 토의를 끝내기 위해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고삐를 풀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간엔 큰 차이가 있다. 더 많이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여러분이 친숙하지 않은 의견과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해주는 얘기보다 불편하게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라. 친숙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 토의를 시작하기 위해 의견을 밝혀야지 토의를 끝내기 위해 의견을 말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 고삐를 풀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간엔 큰 차이가 있다. 더 많이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건 여러분이 친숙하지 않은 의견과 영역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하버드대)
내 직업은 두 시간 동안 지속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의 직업은 영원히 남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혁신을 하고, 동기 부여를 할 것이며, 리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는 영화가 임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러분이 모두 그런 임무를 발견하길 바란다. 고통스러운 것에, 또는 고통스럽다고 등을 돌리지 말라. 관찰하고 도전하라.”
내 직업은 두 시간 동안 지속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의 직업은 영원히 남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혁신을 하고, 동기 부여를 할 것이며, 리더가 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나는 영화가 임무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러분이 모두 그런 임무를 발견하길 바란다. 고통스러운 것에, 또는 고통스럽다고 등을 돌리지 말라. 관찰하고 도전하라.”
DA 300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벤처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두 잣대가 있다. 증시 상장과 고가 매각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나온 매각 성공 사례는 아쉽게도 단 두 건이었다. 가을께 티켓몬스터가 미국 소셜커머스업체 리빙소셜에 팔린 것, 동영상검색업체 엔써즈가 지난달 KT에 인수된 것이다. 벤처업계에 밝은 이라면 “역시 꼬날!” 하며 무릎을 쳤을 게다. ‘행운의 여신’ 꼬날이 또 ‘대박’을 몰고 온 것이다.
꼬날은 아블라컴퍼니 이미나(41) 팀장의 온라인 별명이다. PC통신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유명인사다. 그가 2005년 이후 몸담았거나 관여한 벤처 5개 중 4개가 모두 수백억원대 차익 실현에 성공했다. 검색업체 첫눈은 NHN이 인수했다. 블로깅기술기업 태터앤컴퍼니는 구글이 산 최초의 한국 기업이 됐다. 꼬날은 첫눈·태터앤컴퍼니·엔써즈 모두 직원이 예닐곱 명이던 시절 합류해 회사를 키웠다. 티몬엔 아예 창업 전부터 멘토 역할을 했다. 감식안이 뛰어난 걸까, 능력이 워낙 출중한 걸까. 야구영화 ‘퍼펙트 게임’을 보다가 그의 역량을 설명하기 맞춤한 포지션을 발견했다. 포수, 즉 캐처(catcher)다.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1987년 맞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서 포수는 분명 들러리다. 한데 등장 횟수는 만만찮다. 포수 없는 투수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팀에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포수는 팀의 어머니다. 87년 당시 최동원과 호흡을 맞췄던 포수 한문연은 현재 엔씨 다이노스의 배터리 코치다. 그는 “투수를 깊이 이해하면 그가 지금 뭘 던지고 싶어하는지 감이 온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투수가 원하는 사인을 보내면 더욱 힘있는 공이 날아온다. 투수에게 ‘어떤 공을 던지든 다 받아낼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걱정을 잊고 맘껏 던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상대 타자나 벤치의 분위기를 읽고, 적절한 메시지로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그의 일이다.
유명 벤처 창업자들이 꼬날을 신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터앤컴퍼니와 아블라컴퍼니 창업자인 노정석은 “꼬날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두 안 된다는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조직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꼬날은 5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그 위기도 특유의 낙천성으로 수월히 넘겼다. 대표든 인턴사원이든 ‘~님’으로 부르며, 속 얘기를 들어주고 자신감을 북돋운다.
포수는 전체 야수들을 바라보며 경기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넓은 시야가 필수다. 꼬날 또한 규모 작은 회사를 넓은 세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비결은 평소 온라인에서 엮어온 다양한 관계망이다. 이를 통해 인재와 고객을 모으고 브랜드를 알린다. 포수가 감독의 메시지를 그라운드에 구현하듯, 꼬날도 창업자의 철학을 세상에 퍼뜨린다. 리더의 평소 발언을 촘촘히 받아 적고 수시로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든다. 덕분에 “꼬날과 보스의 싱크로율은 100%”란 평을 듣는다. 포수는 빛이 나는 자리가 아니다. 육체적으로도 가장 고단한 포지션이다. 무거운 보호구를 두르고 경기 내내 앉았다 섰다, 달리고 몸 던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꼬날 역시 94년 벤처업계에 발 들인 이래 한 번도 임원 배지를 달지 않았다. 그럴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현장이 좋고, 누군가를 보좌하거나 대변하는 일이 즐거워 팀장 이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조직에나 꼬날 같은, 야구의 포수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 헌신적 수하(手下) 혹은 리더를 꿈꾸는 2인자와는 또 다르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알고 그 자체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진 힘을 ‘캐처십’이라고 하자.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곁에 캐처 역할을 하는 이가 없으면 그 조직은 불안하다. 캐처십의 핵심은 자발적 희생과 충성심이다. 이를 끌어낼 수 없다면 반쪽 리더십일 뿐이다. 요즘 우리 국민은 매일 이처럼 ‘캐처십 실종된 리더십’을 본다. 정치권의 돈봉투 전당대회 문제가 그렇고, 행정부를 휘감은 레임덕 기류가 그렇다. 청와대와 각 정당 수뇌부들에게 특히 꼬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출처: 중앙일보] [이나리의 시시각각] 리더십보다 ‘캐처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