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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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개정판 낸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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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인공 지능 등 급격한 기술 변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생각과 흐름을 수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키울 방법으로 ‘인문학 교육의 부활’을 제안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2)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외국인이다. 한국 문화의 가치와 잠재력을 입이 닳도록 역설하고 다닌다. “한국이 일군 경제 기적의 배후엔 수천년 동안 지속된 지적(知的) 전통이 있다”는 주장도 그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해 화제가 됐던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도 선비 정신과 예학·풍수 등 우리 전통문화의 강점을 끊임없이 내세웠다.

“공부를 취업수단으로 보는게 문제
도덕적 삶, 학문 성취 전통 되찾아야
서당식 낭독교육법도 되새겨 볼만
한국인들 자부심 양극화현상 심해
이젠 한국 아닌 지역 문화 강조할 때
이태원·청계천 등 가치 짚어낼 것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소식을 화제로 올렸다. “한국 문화의 다양성과 활기에 세계가 주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자신의 ‘선견지명’에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질의 :2011년 출간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의 개정판이 나왔다. 지난 5년 사이 한국인들의 의식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나.
응답 :“자부심이란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헬조선’이라며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전통문화의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인생은 …』는 속도에 치중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은 책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전통 문화의 재해석 등을 제안한다. 그는 “한국 교육의 혁신 모델을 다른 선진국에서 찾지 말고 전통교육에서 찾아라.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해법도 홍익사상 등 전통문화에 있다”고 말했다.

질의 :어떤 전통이 유효할까.
응답 :“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공부를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공급자는 돈벌이 도구로, 수요자는 취업을 위한 자격으로 생각한다.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를 강조하는 선비정신은 한국의 교육 체계를 다시 세우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가르칠 때 썼던 ‘낭독’교육법도 되새겨봐야 한다. 지식을 내면화시키는 일종의 체험 교육이라는 점에서 암기 위주의 2차원 교육에 머무르는 현 시스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또 스승과 제자가 평생을 두고 인연을 이어갔던 전통도 되살릴 가치가 있다.”

미국 내슈빌에서 태어난 그는 예일대에서 중문학을, 일본 도쿄대에서 비교문화학을 공부하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익혔다. 1995년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서울대 중문학과에 연구생으로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앞으로 중국이 부상하리라 생각해 83년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동아시아 3국의 언어를 모두 통달하면 동아시아 비교문학의 진정한 대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한국어 공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학생들이라면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배워두는 것이 유용한 미래 전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97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한국식 이름 ‘이만열’을 즐겨쓰며, 한국어도 유창하다. 하지만 1남 1녀를 한국에서 키우면서 ‘다문화 가족’의 고충을 직접 겪었다. “2007년부터 계속 한국에 살고 있다. 처음엔 두 아이 모두 한국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국제학교로 옮겼다. ‘미국사람이냐, 한국사람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한국 사회 적응 여부가 ‘(한국인같은) 외모’에 달려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질의 :줄곧 ‘단일민족’을 강조했던 전통 탓 아닐까.
응답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 문화를 조금 깊이 공부해보면 보편성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은 국기에도 국가의 특수성을 내세우지 않고 태극같이 형이상학적·보편적 의미를 담은 나라다. 또 고려시대에 이미 다문화의 전통과 경험이 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서울’이다. 서울의 저력과 매력을 소개하는 책을 준비 중이다. “이젠 한 나라의 문화가 아닌 각 지역의 문화를 강조해야 할 단계”라면서 “프랑스가 프로방스·노르망디 지역 등을 독립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이태원과 청계천 등의 가치를 따로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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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예일대를 나와 도쿄대·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일리노이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조지 워싱턴대 역사학과 겸임교수,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 해외홍보원 공식 온라인 신문 ‘Dynamic Korea’ 수석편집장, 주미한국대사관 홍보원 이사 등을 지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10권을 영어로 옮긴 책(서울대출판부 출간)도 펴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출처: 중앙일보] “교육혁신 모델, 외국서 찾지말고 선비정신 살려야”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

자녀와 제자의 모습은 부모와 스승이 살아온 삶의 반영
그 닮음은 뿌듯한 보람일 수 있지만 미안한 후회일 수도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직업 중에는 역할과 실제 삶이 구분돼도 좋은 직업이 있는가 하면 역할과 실제 삶이 일치해야 하는 직업도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시간 외에는 역할에서 해방되거나 맡겨진 성과물만 완성하면 자유로워지는 직업이 많지만 살아가는 모습 자체에서 책임이 요구되는 직업이 있다. 아마도 교육자와 종교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내일로 다가온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자 직업을 살펴보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같은 말은 이미 화석화돼 버린 시대에서 중·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대학은 취업용 스펙을 쌓는 통과 과정이 돼 버린지도 모른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수업료를 내고 적절한 노력을 투입구에 넣으면 졸업장이 자동으로 나오는 자판기처럼 돼 버린 시대, 성과와 업적 때문에 교육의 인격적 접촉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 쓸쓸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탓하기에 앞서 과연 내가 교육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면 한없이 어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특히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 윗세대의 스승님들이 보여 주셨던 인격적인 가르침을 우리 시대의 교육자는 하고 있는가?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먼 젊고 부족한 교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스승이 되고 싶은 선생’이라고 프로필에 썼던 적이 있다. 직업적인 명칭으로서의 교수와 삶의 지표가 되는 스승은 다른 뜻일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합격하고 등록한 지위로서의 학생과 공자의 표현처럼 “공경하는 사람”으로서 가르침을 얻는 제자의 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스승과 학생·제자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조합이 있다. 교수와 학생의 건조한 직업적 관계 혹은 스승과 학생, 교수와 제자의 일방향적 관계와 달리 스승과 제자가 함께 만드는 인격적 만남이 있을 것이다. 학문과 인생의 지혜를 나누고 순자(荀子)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을 꿈꾸는,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그려 본다.

스승의 날 반성이 길어져 버렸지만 교육자보다 훨씬 더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업은 바로 ‘부모’가 아닐까. 경제적 보상을 얻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업의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르나 사회적 유용성과 책임성이라는 점에서 직업이라 불러도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절로 주어진 역할인 듯 착각하기도 하지만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인 동시에 소명이기도 하다. 또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불안한 일이며 처음부터 훈련받은 부모는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성공적인 장년이 성취해야 할 이슈로 ‘생산성’을 제시했다. 이때의 생산성이란 일의 성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돌보고 양육하는 중요한 과제를 포함한다.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기르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교육자와 부모가 그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역할은 말과 지시로 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가 하는 모습이 투영되는 것이며 모델링을 통해 가감 없이 투명하게 전해진다. 앨버트 반두라가 사회학습이론을 통해 설명했듯이 인간행동발달은 관찰을 통해 이뤄지며 일상에서 노출되는 부모와 스승의 모습은 스펀지처럼 흡수된다.

‘365일 24시간 직업’이라는 표현은 긴장 속에서 완벽하고 그럴듯한 모습을 항상 연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오히려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문제에 고민하는 모습, 고난을 견디는 모습, 좌절을 극복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진솔함, 그리하여 삶이 무엇인가를 드러내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양육과 교육의 과정일 것이다.

이 직업군의 특징이라면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누구를 ‘닮는다’는 단어처럼 감동스러우면서도 두려운 양가감정의 단어가 어디 있으랴. 자신의 삶이 반영된 자녀와 제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삶의 선명한 결과로 남는다. 그 닮음이 뿌듯한 보람일지, 아니면 마주 보기 미안한 후회일지를 직면해야 하는 그런 ‘365일 24시간 직업’이기에.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출처: 중앙일보] [삶의 향기] ‘365일 24시간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