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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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내 지식 모두 나눠줘요 … 창업정신 키우죠

 

[중앙일보] 입력 2015.08.29 00:38 / 수정 2015.08.29 00:39

[사람 속으로] 해커 출신 무료 ‘코딩 강사’ 이두희씨
낮에는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 문과생 위주 500명 12주 교육
수강생들 미국 페북 본사 등에 취업
직접 앱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도

           

           

이두희 대표는 “기본적인 코딩 실력에 비즈니스 감각까지 더해진다면 누구라도 세상이 놀랄 만한 멋진 IT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대학생들이 내가 만들고 싶은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직접 배워서 직접 만듭니다. 단 81일 만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마치 개발자처럼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수 있게끔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부터 ‘컴퓨터 박사’로 이름을 알린 이두희(33)씨가 그 주인공이다. 더군다나 수강료를 전혀 받지 않는 공짜 강의다. 낮에는 신생 기업(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합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강사로 활동하는 이씨를 27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만났다.

 - 우선 이름이 독특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멋쟁이사자처럼’인가.

 “생각나는 대로 지었다. (웃음) 석사 시절 창업한 게임 회사에서 2012년 말 쫓겨났다. 개발자들과 함께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거기 비밀번호조차 바꿔놨더라. 교대역에서 이틀, 강남역에서 하루 노숙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강 다리에도 올라갔다. 그렇게 2013년을 맞았는데 정말 할 일 하나 없는 백수(白手)가 됐다. 불현듯 ‘백수(百獸)의 왕은 사자가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단순히 ‘사자’만으로는 심심했다. 그래서 택한 게 ‘멋쟁이 사자’다.”

 -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작은 실험이었다. 딱히 무슨 의도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고 집에서 보름 정도 놀다가 몸이 근질거리던 찰나였다. 처음엔 서울대생 30명을 대상으로 동아리실 하나를 빌려 코딩 강의를 했다. 그런데 컴퓨터 언어를 하나도 모르던 학생들이 석 달 만에 ‘총학생회 전자투표’ 앱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때부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코딩을 가르치면 어떤 놀라운 일이 발생할지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무료 코딩 강의를 이어온 이유다.”

 올해 멋쟁이사자처럼에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157개 대학 3812명이 몰려 수강 인원을 지난해(140명)보다 세 배 이상 많은 501명으로 늘렸다. 구직을 목표로 한 취업준비생들의 코딩 열풍에 더해 이씨가 TV 예능 프로그램(tvN ‘더 지니어스’)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덕분이다. 지원자의 80%는 코딩 교육에서 소외받은 문과생이다.

 -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강한 학생들의 진로는 어떤가.

 “3기 참여자 가운데는 미국 페이스북 본사에 합격한 학생이 있다. 인문계 학생 가운데서도 코딩 기본 지식을 배워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던 삼성·LG에 취직한 학생도 있다. 요즘은 마케팅에서도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영업 직군이 많다. 또 다음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학생, 스마일게이트·옐로모바일 등 신흥 스타트업에 붙은 학생도 있다. 직접 만든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씨가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건 2006년이다.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이씨가 학교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배우 김태희(35)씨의 학교생활기록부 사진을 유출하면서다. 본래 그는 보안에 취약한 학교 전산 시스템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울대 측으로부터 묵살당했다. 이 소식을 들은 서울대 담당 신문사 기자 한 명이 “이슈를 키우기 위해 김태희 사진을 해킹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10분 만에 전산망에 침입해 유유히 사진을 건네줬다. 2008년엔 서울대 강의를 평가하고 공유하는 사이트(snuev.com)를 제작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강의평가사이트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을 본래 컴퓨터를 좋아하는 ‘컴돌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나는 대학교 1~2학년 때까진 ‘코딩 열등생’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 평점이 1.97밖에 안 됐다. 물리학을 선택하고 싶지 않아 컴공과를 지원한 건 분명 오판이었다.”

 - 그렇게 싫은 전공을 계속 붙들어 매고 하게 된 이유는.

 “전과를 시도해 보니 또 학점이 높아야 가능했다. 결국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으로 생각했다. 대신 3학년 때부터 매일 8시간 넘게 실습을 했다. 이 악물고 의지 하나로 공부하니 실제로 따라잡게 되더라.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코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스스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 2018학년도부터 중학교 1학년은 주 1회 한 시간씩 총 34시간 SW 교육을 할 예정이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한국도 학교 코딩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코딩을 배우면 분명 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 창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IT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코딩은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딩 교육을 수행평가 점수 매기듯이 하면 안 된다. 40~50대 교사가 젊은 선생님처럼 SW 교육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도 고등학생들이 하루에 12시간 정도씩 학교에 있는데 학교 수업만 일찍 끝내줘도 스스로 코딩에 흥미를 가질 학생이 많다.”

 출중한 컴퓨터 실력에 유머감각까지 갖춘 이씨를 좋아하는 팬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페이스북 친구는 이미 한도(5000명)를 꽉 채운 상태다. 이씨의 열성 팬들을 위해 TV 화면에선 볼 수 없는 그의 일상생활을 물었다.

 “24시간, 월화수목금토일 모두 코딩의 연속이다. 하지만 약간씩 다르다.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멋쟁이사자처럼 강의, 주말에는 내가 하고 싶은 코딩을 한다. 멋쟁이사자처럼과 주말 코딩은 취미다. 틈틈이 카레이싱 같은 취미를 즐긴다. 예능 출연도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취미의 일부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단순한 발상뿐이다.”

글=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 BOX] 수강생들 ‘메르스 맵’ 만들어 위험 지역 알려

지난 6월 3일, ‘멋쟁이사자처럼’ 출신 학생들은 ‘메르스 맵’이라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국 지도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격리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있는 병원 위치를 표시해 시각적으로 메르스 위험 지역이 어딘지 알 수 있게끔 했다. 서비스 운영 일주일 만에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제보 340여 건을 처리했다. 불과 2주간 운영됐지만 페이지 순방문자 수는 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화제였다.

 81일간 ‘멋쟁이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학생 가운데는 직접 창업에 나선 경우도 있다. 박수상(25·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 출신)씨는 지난해 8월 대학에 입학하려는 고등학생, 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첨삭·지도해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박씨는 “동기생 25명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친구가 10명 정도밖에 없었다”며 “ 프로그래밍을 배워 창업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봤다”고 말했다.

 ‘비프로’ 강현욱(24) 대표는 로스쿨 준비생이었다가 이 교육을 수강하고 창업했다. 그가 만든 SW ‘비프로 11’은 아마추어도 마치 프로축구 구단처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DB)로 각종 경기 내용을 저장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팀별 골득실, 선수당 활동 거리 같은 정보를 수기(手記)로 쓸 필요가 없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공식 계약을 해 유소년 리그를 지원하기로 했다.

[궁금한 화요일] 무인항공기에 숨은 과학-드론의 비행 원리

[궁금한 화요일] 무인항공기에 숨은 과학

[중앙일보] 입력 2015.08.18 00:55 / 수정 2015.08.18 15:13

프로펠러 개수가 왜 2, 4, 6, 8
드론을 날게 하는 ‘짝수의 법칙’

지금은 드론(drone) 시대다. 지난주 200여 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중국 톈진(天津)항 폭발사고의 처참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 건 드론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맹독성 시안화나트륨이 유출되면서 반경 3㎞ 인근엔 주민 소개령을 내린 상태였다. 지난 4월 사망자 8000여 명이 발생한 네팔 지진 현장에서도 드론은 인명 구조에 동원됐다. 험준한 히말라야산맥을 넘나들며 생존자를 찾는 역할을 맡았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관내 소방서에 드론을 도입해 운영키로 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드론은 이제 저널리즘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 방송사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1986년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유령도시’ 체르노빌의 풍경을 드론으로 촬영해 방송했다. 취미용 드론 시장도 활짝 열렸다. 마트에서 3만~4만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레저용 저가 드론이 지난해 3만여 대가 팔린 것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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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은 원래 ‘낮게 웅웅거림’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엔 조종사 없이 원격조종하는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지칭한다. 드론은 비행 방법에 따라 고정익기(固定翼機)와 회전익기(回轉翼機)로 나뉜다. 고정익기는 날개가 고정됐다는 의미다.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활용되고 있는 군사용 프레데터가 대표적이다. 헬리콥터는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기의 대표 선수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무인항공기를 통칭하는 말은 멀티콥터(multi-copter)인데 프로펠러 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4개는 쿼드콥터(quad-copter), 6개는 헥사콥터(hexa-copter), 8개는 옥타콥터(octa-copter)다.

산림청 소방헬기. 2개의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 반작용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꼬리 프로펠러가 없이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날개가 짝수인 건 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엄지손톱만 한 프로펠러 4개를 가진 초소형 드론이 중력을 이기고 떠오르는 원리는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헬리콥터에서 멀티콥터까지 회전익기의 프로펠러는 짝수다. 뉴턴 역학 제3법칙(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이다. 멀티콥터에 앞서 회전익기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헬리콥터를 살펴보자. 동체 중심에 있는 메인 프로펠러와 꼬리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상승한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다면 헬리콥터는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2001년 개봉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헬리콥터 격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바주카포에 의해 꼬리 프로펠러가 망가진 블랙 호크(UH-60)는 메인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빙빙 돌면서 추락한다.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돌아가는 힘(역 토크)이 동체에 작용해서다. 작용-반작용의 원리다.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정거장을 담은 영화 ‘그래비티’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담겼다. 주인공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소화기를 추진장치로 삼아 이동(반작용)하는데 마찰력이 없는 우주에서 추진력(작용)이 없다면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릴 뿐 움직일 수 없다. 꼬리 프로펠러는 작용-반작용 원리에 따라 동체가 회전하지 못하도록 잡아 주는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헬리콥터와 새 등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 적용되는 힘도 짝수다. 양력(lift·위로 들어 올리는 힘), 추력(thrust·앞으로 밀어내는 힘), 항력(drag·공기가 뒤로 끄는 힘), 중력(weight·지구가 당기는 힘) 4가지 힘이 작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덕관 회전익기연구팀장은 “메인 프로펠러가 공기를 휘저어 일으키는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동체가 떠오르고 추력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하면 생긴다”고 설명했다.

 요즘 가장 흔하게 접하는 드론,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의 비행 원리도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쿼드콥터 프로펠러는 대각선 방향으로 2개씩 짝을 이뤄 같은 방향으로 돈다. <그래픽 참조> 시계 방향 2개와 반시계 방향 2개로 나뉘는 건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는 대형 헬기 치누크의 앞뒤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가 다르다=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의 비행 원리도 4가지 힘이 그 기반이다. 다만 멀티콥터와 비교해 효율 면에서 훨씬 앞선다.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양력과 추력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정익기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에 의해 상승하는 힘(양력)을 얻는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윗부분의 공기 압력은 아랫부분에 비해 낮다. 항공대 배재성(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항공기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무선 모형비행기의 경우 고정익기가 효율 면에서 두 배 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고정된 날개 덕분에 공기 밀도가 낮아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날개 길이가 20m에 달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AV-3는 이달 10일 성층권(고도 14.12㎞)까지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헬리우스는 29㎞까지 상승해 무인기로선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름 등 대기현상이 없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어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도 가능하다. 태양을 이용한 국내산 드론인 EAV-2H는 지난해 25시간 연속 비행에 도달했다. 배 교수는 “멀티콥터는 배터리 한계 등으로 최대 비행시간이 60분 정도”라며 “공기를 회전시켜 양력을 얻는 탓에 공기 밀도가 낮은 높은 고도까지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레데터의 순항 속도는 시속 580㎞인데 반해 멀티콥터의 이동 속도는 시속 50~80㎞에 불과하다. 다만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도 단점은 있다. 멀티콥터는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이 가능한 데 비해 프레데터는 이착륙할 때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지상 가까이 붙어 비행하는 근접비행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드론 개발자들은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융교 공력성능연구팀장은 “비행시간이 긴 고정익 드론은 대규모 농장의 작황 상태를 파악하거나 산불 감시 등에 활용되고 있고 정지 비행이 가능한 멀티콥터는 항공 촬영이나 재난 및 화재 현장 등에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시론] 인성교육, 소통능력 기르는 게 핵심이다

[시론] 인성교육, 소통능력 기르는 게 핵심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8.03 00:05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인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이어 터진 세월호 사태를 겪으면서 인성의 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 해결하려는 제도권의 움직임이 법제화로 이어져 인성교육진흥법이 7월 21일 시행됐다. 인성과 관련된 사회적 덕목을 교육체계 안에서 키우기 위한 계획을 세워 집행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성은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의미한다. 사회적 환경, 가정, 제도교육이 인성 형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가정과 사회가 인성교육의 주 무대가 돼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하여 법과 제도가 인성 함양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할 필요는 없다. 정치를 보면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대신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는 일이 빈번하다.

 언론에 비춰진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보면 인성 함양이 사회적 성공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을 갖게 된다. 공부는 안 하고 왜 문학책을 읽느냐고 자식을 나무라고,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가정의 문화 속에서 긍정적 인성이 자라날 여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인성 함양의 시대적 요청을 환기시키고 긍정적 인성을 가정과 사회로 확산시키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법이라는 강제적 장치를 통해 인성을 육성하는 시도에서 주의할 점들이 있다. 첫째, 제도적 인성교육은 성급하게 특정 가치를 주입하려는 유혹을 넘어서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봤듯이 특정 가치관 주입을 일차적 목표로 한 인성교육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 인성교육은 절차적 덕성을 함양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절차적 덕성이란 의견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에 기반해 합리적 대화를 하며, 우월한 의견에 승복할 줄 알고, 이견이 드러날 때 합의를 도출하는 등 절차와 관련된 능력이다. 제도적 인성교육은 절차적 덕성 함양에 초점을 두고 출발할 때 순항할 수 있다. 절차적 토양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아야만 그 토대 위에서 우리를 결속시키는 건강한 공동체적 이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 주려 해서는 안 된다. 특정 주제에 대한 교육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를 담당하는 별도의 교과목·교과과정을 만든 후 성취도를 수치화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10조 3항),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관련된 인증제 시행(11조, 12조), 교사 양성 관련 대학들 내에 인성 관련 교과목 필수화(17조 2항), 인성교육의 추진성과 및 활동에 대한 매년 평가(16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또 하나의 과목들이 학교 교육과정에 설치될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활동, 재량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이 자유학기제와 더불어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하여 이미 시행돼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별도의 인성 함양 범주가 교육과정에 도입되면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적자생존의 반인성적인 틀에서 운영되는 기존 교과목을 그대로 놓아 둔 채 인성을 위한 별도 범주를 도입하는 것은 전시행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안은 기존의 교육과정을 인성 함양의 관점에서 평가·강화·정비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국가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지식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인성교육 강화가 지식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교과목 교육과 인성교육이 서로 독립적인 것이라면 하나를 강화하는 게 다른 것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따로따로라는 생각은, 지식은 정보를 습득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이라는 구시대적인 지식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는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조경제로 이행했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술 관련 정보가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인간 친화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핵심을 차지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생각들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과학에서도 공동 연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점차 개인지성에서 집단지성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지식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소통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를 산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이해에 닻을 내리고 교과·비교과활동을 인성의 축으로 아우를 때 교육 따로, 인성 따로라는 불필요한 비판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