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식물의 피’ 수액, 어떻게 115m 나무 끝까지 올라갈까

[Why] [달팽이 박사 생물학 이야기] ‘식물의 피’ 수액, 어떻게 115m 나무 끝까지 올라갈까(조선일보)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 봄바람이 건듯건듯 불어 하루가 다르게 잎이 돋고 꽃이 핀다. 온갖 나뭇가지가 싱그럽게 풀빛을 띤다. 말 그대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힘차게 물오름(수액 상승)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여 이미 고로쇠나 다래나무 줄기에서 ‘식물의 피’ 수액(樹液)을 받았다.

    이 수액이 나무 꼭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는 것일까? 키가 10m 넘는 큰키나무는 물론이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세코이아 나무(115.72m)의 우듬지까지 나뭇진은 거뜬히 올라간다.

    봉숭아 뿌리에다 사프라닌(safranine) 용액을 뿌려주면 붉은 물이 물관을 타고 세차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방사능을 투과해 살펴보면 보통 수액의 이동 속도는 1분에 60~75㎝쯤 된다고 한다.

    속씨식물은 물관을, 양치식물과 겉씨식물은 헛물관을 타고 수액이 올라가 잎에서 증산한다. 이때 흙의 무기물(거름)도 물에 녹아 옮겨진다. 또 양분은 물관의 바깥에 자리한 체관을 통해 물관부와 엇방향으로 내려온다.

    수액 상승의 원리를 근압(根壓)·음압(陰壓)·모세관현상(毛細管現象)·응집장력(凝集張力)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중 어느 하나로도 딱 떨어진 설명을 내놓을 수 없다. 하나하나 그 이치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로 뿌리에 생기는 수압(水壓)에 따라 수액이 밀려 올라간다는 근압설이다. 근압은 식물체의 농도가 토양보다 짙어 일어나는 삼투압 현상으로, 2월 말에 시작하여 3월 말쯤에 최고에 달하니 그때 수액을 채취한다. 늦가을에 수세미 밑동을 자르고 남은 아랫동아리를 큰 병에 꽂아두면 밤새 차고 넘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둘째로 물체의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은 상태를 음압이라 한다. 물이 잎의 기공에서 증산한 만큼 물관부에 음압(압력차)이 생겨 물이 가뿐가뿐 딸려 올라간다. 물이나 음료수가 빨대에 빨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셋째, 가는 물관부의 모세관 현상설이다. 액체가 유리관 같은 매우 좁은 공간의 벽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모세관 현상이다. 흡수지나 천의 섬유가 모세관 구실을 하여 물이 번지거나, 알코올 램프 심지를 통해 잇따라 연료가 올라가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가뭄에 밭을 매는 것도 흙의 모세관을 잘라 물의 증발을 막기 위함이다. 사람의 핏줄을 모두 이으면 12만~13만㎞나 된다고 한다. 심장 힘이 세다고 하지만 인체 구석 구석에 피가 퍼져나갈 수 있는 까닭은 모세혈관의 직경이 5~10마이크로미터(㎛)로 미세하기 때문이다.

    넷째, 물 분자끼리 작용하는 인력(引力)을 응집력이라 한다. 물관부의 물 분자들이 수소 결합을 하여 서로 잡아당기는 응집장력과 물관부 벽 언저리의 접착력이 하나의 물기둥을 이뤄 끊임없이 상승한다는 응집장력설이다. 여러 주장 중에서 물오름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여기는 이론이다.

    거듭 말하지만 앞의 어느 이론도 수액 상승의 원리 원칙을 선뜻 설명하지 못한다. 나무라는 생물체 하나에 이렇듯 복잡한 화학과 물리학 이론이 들어 있다. 신비로운 과학 세계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수십·수백 배 많다.

    마무리로 묶어 말하면, 수액은 뿌리의 근압, 증산에 따른 물관부의 음압, 모세관 현상, 물기둥의 응집장력과 접착력이 각각 한몫씩 하여 나무를 오른다. 나무 한 그루, 예사로운 생명체가 아니다.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한 살배기도 ‘호기심 천국’ … 깜짝 놀라면 더 잘 배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4.03 03:00

    미 존스홉킨스대, 11개월 아기 실험
    비탈서 내려오는 장난감 자동차
    벽에 부딪혀 멈추면 본체만체
    벽 통과 등 신기할 땐 주의 집중
    만져보고 두드리며 저절로 학습

    갓 태어난 아이에겐 온 세상이 낯설다. 처음 보는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 한데 아이는 그중 어떤 것에는 관심을 보이고 어떤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대체 기준이 뭘까. 전 세계 엄마와 인지심리학자들의 오랜 궁금증이다. 미국 연구팀이 그 답을 찾아냈다. ‘놀라움(surprise)’이었다.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탈무드)이라는 유대인들의 경구(警句)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심리·뇌과학과의 리사 페이젠슨 교수팀은 어린 아기들이 예상한 것과 반대되는 경험을 할 때 그 대상에 대해 가장 잘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원리가 뭔지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아이들은 보통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뚫어져라 쳐다본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단순히 보는 데 그치는지, 자연스러운 학습 과정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후 11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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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아이들 앞에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한 그룹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을, 다른 그룹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보여줬다. 가령 내리막 비탈길 앞에 벽을 세워 놓고 자동차를 굴린다. 벽을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치웠을 때 한 그룹에겐 자동차가 벽에 부딪혀 멈춰 서 있는 모습을, 다른 그룹에게는 차가 마치 벽을 통과한 듯 벽 뒤편에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어 아이 앞에서 자동차를 흔들며 특별한 소리를 들려줬다. 자동차란 물체와 소리를 서로 연결하는 학습을 시킨 것이다. 잠시 뒤 아이에게 자동차와 다른 장난감을 함께 보여 주며 먼저 들려줬던 소리를 다시 들려줬다. 마술처럼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리자 그 자동차를 주목했다. 반면 벽에 부딪혀 멈춰 선 ‘평범한’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소리가 들려도 자동차를 본체만체했다. ‘신기한’ 경험이 자동차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높였고, 그 결과 자동차와 소리를 연결 짓는 학습을 더 잘하게 된 것이다.

     상자 위에 올려놓고 밖으로 밀어내도 계속 ‘허공을 달리는’ 자동차를 보여 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자동차 옆면과 뒤편 벽이 연결돼 있었지만 아이는 ‘비행 자동차’에 큰 호기심을 보였고 다른 장난감을 같이 보여 줘도 자동차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관찰했다. ‘벽을 통과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가 딱딱한지 확인하기 위해 ‘탕탕’ 내리쳤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봤던 아이는 차를 집어 든 뒤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했다.

     페이젠슨 교수는 1일 기자들과 연 원격 전화회의에서 “아이들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할 때 더 잘 배우게 된다”며 “‘놀라움’을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도구로 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사회과학 담당 편집자인 길버트 친 박사는 “아이들이 신기한 것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알아내려 애쓰는 학습 과정은 성인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방식과 같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