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15년 01월
저출산 한국, 초등학교 등교시간부터 앞당겨라
저출산 한국, 초등학교 등교시간부터 앞당겨라
[중앙일보] 입력 2015.01.02 02:30
세계적 인구학자의 조언
마이클 타이털바움 박사 인터뷰
한국 아이들 학교 머무는 시간 짧아
젊은 부부 직장과 육아 병행 어려워
“프랑스가 출산에 등을 돌린다면 독일의 모든 무기를 빼앗고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낼지라도 패배하게 된다. 왜냐하면 더 이상 프랑스인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인구는 3900만 명, 독일은 6500만 명이었다(현재는 프랑스 6600만 명, 독일 8000만 명).
을미년 새해 첫날 0시0분에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남자 아기. 출생아수는 계속 줄어 2013년 한 해 태어난 아기는 모두 43만6600명이었다. [뉴시스]세계적 인구통계학자 마이클 타이털바움(71) 박사는 공저 『인구 감소의 공포 』(1985)에서 “프랑스 인구성장이 독일에 못 미친다는 열등감이 프랑스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인구는 국가 안보와 경제, 민족 구성과 종교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출산율이 너무 낮거나 높을 때 인구 문제는 국가 어젠다가 된다”고 썼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이 일면서 식량난과 빈곤, 환경 파괴가 우선적인 걱정거리였지 저출산 고민은 쑥 들어갔다. 그러다 80~90년대 이후 출산율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세계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때론 공포가 조장되기도 한다. ‘2700년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2009년 유엔미래보고서)거나 ‘2200년 한국 인구가 200만 명으로 쪼그라든다’(2014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예측이 그 사례다. 그렇다면 저출산 등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과장된 것일까.
최근 방한한 타이털바움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인구학회가 주최한 ‘21세기 인구변동과 사회변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정책은 과장된 경고, 암울한 예언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대응한다는 기본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출산은 암울한 것, 맞지 않나.
“출산율 감소는 인류 번영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아이를 적게 낳는 과정에서 여성의 사회적 권리가 증대됐다. 여성도 배울 수 있게 됐고 경제활동 참여도 늘었다. 부모의 역량을 소수의 자녀에게 쏟아부음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여 우수 인재를 양성했다. 국가 경제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인 결과를 가져왔다.”
- 저출산 경보음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이유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대재앙이 닥칠 것처럼 과장하는 일은 인구 분야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이런 패닉과 공포는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문제를 복잡하게 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수백 년 후에도 모든 조건이 현재와 같다는 전제의 예측인데 과학 발전 등 우리 삶이 지금과 같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인구 변화는 속도가 완만하다.”
- 한국 출산율 1.19명도 괜찮다는 건가.
“아니다. 낮아도 너무 낮다. 오랜 기간 1.0~1.2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심각하다.”
- 출산율 하락의 근본 이유는 뭔가.
“사는 게 팍팍해져서 아닐까.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평생 고용이 사라진 시대에 20~35세 젊은 성인들은 가진 자원을 학력과 경력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맞벌이도 해야 한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 출산율 제고 해법은.
“젊은 부부가 자녀를 낳기 어렵게 하는 장애물부터 치워야 한다. 학교 교육, 주택, 일자리 정책을 두루 살펴 출산과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한국 초등학교는 등교시간이 미국보다 늦고 하교시간은 빠르다고 들었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8시~8시30분에 등교해 오후 3~4시쯤 마친다. 한국처럼 오전 8시40분~9시에 등교해 낮 12시30분~1시30분쯤 끝나면 부모, 특히 엄마들은 일을 하기 어렵지 않나. 출산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미국 출산율은 1.88명이다.”

- 그밖에 장애물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높은 집값이 젊은 부부의 결혼과 출산의 발목을 잡는다고 들었다. 젊은 부부들이 주택시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로 중년층도 위기를 느끼겠지만 청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젊은이들이 가정을 꾸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타이털바움 박사는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시간이 짧은 이유가 궁금하다”며 “미국은 8~9세면 오후까지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체력과 집중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대응책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재점검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출산율을 높인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스웨덴과 프랑스를 ‘출산율 우등생’으로 꼽는데 두 나라는 각각 여건에 맞는 출산정책을 폈다. 스웨덴은 여성과 남성이 일과 육아를 나눌 수 있도록 직장에서의 양성평등 정책을 강화했다. 프랑스는 공공보육시설을 적극 지원해 품질과 신뢰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는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200여 가지 정책 과제를 제시한 것을 놓고 “이렇게 많은 정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며 “실패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은 올해 끝난다. 제1차 대책 이후 출산율은 1.12명(2006년)에서 1.19명(2013년)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정부는 올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수립한다.
박현영 기자
[The New York Times] 꿈꾸면 다 이뤄진다고요?
[The New York Times] 꿈꾸면 다 이뤄진다고요?
[중앙일보] 입력 2015.01.02 00:03 / 수정 2015.01.02 02:19
분명한 것은 이 꿈꾸는 듯한 눈을 가진 친구가 우리 중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처럼 구식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의 힘을 믿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여러분이 추구해야 할 꿈을 발견하라. 그 꿈을 소망하라. 그러면 성공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다’는 것이 가브리엘 오틴젠(Gabriele Oettingen) 박사가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는 뉴욕대(NYU)와 함부르크대의 심리학 교수다. 오틴젠 교수는 이 조크를 인용하며 긍정적 사고의 힘이라는 통념의 한계를 드러낸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그의 『긍정적 사고의 재고(再考): 동기부여에 대한 새로운 과학 』은 스마트하고 명료한 책이다. 이 책에서 오틴젠 교수는 긍정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탄탄한 경험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동기부여에 대한 보다 균형 있고 쓸모 있는 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통념에 따르면 꿈은 우리를 자극한다. 또 행동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준다. 과연 그런지 실제로 실험해보기 위해 오틴젠 교수는 대학생들을 모집해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 내린 지침은 다음과 같다. 다음주에는 신나는 일만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라. 예컨대 높은 학점을 받게 되고 멋진 파티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라.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다음주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몽상을 떠오르는 족족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긍정적으로만 사고하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은 ‘중립적’인 환상을 가지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보다 자신들이 활기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성취감도 덜했다. 이 실험이 알려주는 것은 맹목적인 낙관주의가 결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람들을 현실에 느긋하게 안주하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가 바라는 것에 대해 꿈꾸거나 환상하면, 우리들은 우리가 바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속임’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생리학적인 근거가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떤 소원에 대해 환상하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내려간다. 하지만 같은 소원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소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혈압이 올라간다. 공상을 하면 기분은 좋지만, 무기력해지고 자신이 취할 행동에 대해 덜 대비하게 된다.
사람들이 실제 난관을 즉각 즉각 극복해 나감으로써 소원을 성취하도록 돕기 위해 오틴젠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정신적 대조(mental contrasting)’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오틴젠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정신적인 대조’ 연습을 하게 했다. 영어 숙제를 끝내면 캔디를 상으로 받게 된다고 상상하게 했다. 동시에 상을 못 받게 만들 그들 자신의 여러 행동에 대해서도 상상하라고 했다.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상 받는 상상만 하라는 지침을 줬다. ‘정신적인 대조’를 한 학생들이 꿈만 꾼 학생들보다 성취도가 높았다.
‘하면 된다’는 태도가 문화적으로 팽배하다. 하지만 꿈뿐만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나 세상이 만든 난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오틴젠 교수에 따르면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꿈에 대해 생각해보시오’라는 말을 들은 사람 6명 중 1명만이 꿈과 난관을 즉각적으로 동시에 생각한다.
오틴젠 교수는 사람들의 행동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정신 대조법을 확장해 간단하고도 효과가 신속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안의 이름은 ‘WOOP’다. WOOP는 ‘소원·결과·난관·계획(wish, outcome, obstacle, plan)’의 약자다. 오틴젠 교수는 WOOP라는 이름으로 무료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
오틴젠 교수가 제시하는 예비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정신적 대조를 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식사와 운동, 음주 습관이 개선된다.
그가 개발한 정신 대조법은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진 않을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인격장애 같은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오틴젠 교수의 학문적 호기심을 감안하면 그는 이미 WOOP의 적용 대상을 확장하는 연구에 착수했을 것 같다.
리처드 A 프리드먼 웨일 코넬 의대 교수·임상정신의학